지난해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들의 수익률이 저조해지면서 국내 대표 주식형펀드 판매 열기가 확연하게 꺾였다.

대표적인 펀드 판매 창구인 은행권이 국내 대표 펀드의 판매에는 소극적인 반면 해외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국내 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 이탈 가속화로 국내 증시의 수요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해외펀드 안정적이예요.

국내펀드는 수익률이 안좋아서‥" = 12일 증권.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실제 은행들의 지점 창구들을 점검한 결과 대다수 창구 직원들은 중국.인도 등 해외 증시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적극 권하고 있었다.

반면, 국내 대표 펀드를 추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심지어 추천 리스트에서 아예 제외시킨 은행도 있었다.

대형 은행 창구에서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지지부진한 장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잘 팔리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
서울의 한 K은행 지점 창구. "요즘 어떤 펀드가 좋은가"라는 질문에 창구의 상담 직원이 "해외 펀드가 안정적이다.

해외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해외 펀드가 왜 안정적인가"라고 묻자 그 직원은 "여러 나라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

또 1년 이상 장기투자할 경우 손실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특히 3~5년간 장기 투자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러 나라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은 위험을 분산할 수 있어 안정적이라는 얘기지만, 실제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펀드중 상당수는 중국과 베트남 등 특정국가에 `올인'하고 있는 현실과 대비하면 앞뒤가 맞지않는 답변이다.

그는 이어 "국내 증시는 요즘 좋지 않기 때문에 가입한다면 인덱스펀드가 낫다"고 했다.

인덱스펀드는 일반 액티브펀드에 비해 싼 수수료가 장점일 뿐, 지지부진한 장세에서 액티브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좋게 나온다는 설명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반면 그는 "중국 증시도 불안하더던데.."라는 물음에는 "원래 많이 오르면 조정을 받기 마련이다.

조정을 받을 때 사두면 나중에 오르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5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워낙 좋아 작년에는 국내 대표 주식형 펀드를 많이 판매했지만 올해는 별로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 지점 창구도 마찬가지. "국내보다는 해외펀드에 투자하고, 해외펀드 중에서는 비과세 주식형펀드와 부동산펀드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좋다"면서 중국과 인도 등의 증시에 분산 투자하는 해외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또 국내 주식형펀드의 대표주자인 M운용사의 펀드는 추천리스트에서 아예 제외했다고 한다.

그는 "요즘 별로 수익률이 좋지 않아서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수탁고.수익률, 국내 ↓ 해외 ↑ = 이처럼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간 대조적인 판매 분위기로 인해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이탈되고 있는 반면 해외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수탁고가 9천억~1조1천억원 수준으로 국내 대표적인 주식형펀드인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 1호'와 2호에서도 올 들어 각각 333억원, 25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 0.58%, 마이너스 0.70%를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로는 올 들어서만 248억원의 자금이 이탈했으며 이 펀드는 연초 이후 마이너스 1.28%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A- 1ClassA'에서도 22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2.32%를 나타내고 있다.

또 '봉쥬르차이나주식 2종류A펀드'로도 올해 2천345억원의 자금이 몰렸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3.35%를 기록해, 뒤늦게 가입한 투자자들은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해외 부동산펀드인 `맥쿼리IMM글로벌리츠재간접클래스A'로는 올 들어서만 3천345억원의 자금이 유입됐고 같은 기간 14.9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적립식펀드의 만기가 많이 돌아오기 때문에 재투자 수요가 적지 않지만 해외펀드로만 자금이 몰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근 중국 증시의 과열 우려도 제기되는 데다 국내 증시의 수요 기반 등을 고려해 해외펀드와 국내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윤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