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네티즌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 현실 사이트인 세컨드라이프(secondlife.com)에는 이미 70여개의 대학이 가상 캠퍼스를 설립했다.
가상 세계에 건물을 만들고 강의 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무들룸스'라는 업체는 대학들이 가상 세계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학생들을 관리하고 강의를 제공하도록 도와주는 제작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도구가 개발되면 가상 세계의 대학교들은 아바타(가상 세계에서 사용자를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형태로 캠퍼스에 드나드는 학생들의 입학과 퇴학 등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한 대학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전담하고 있는 제리 신클레어는 "최근 학교측이 세컨드라이프에 캠퍼스를 건설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디지털 문화에 젖어 기존의 평범한 방법으로 교육 받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엔터테인먼트 및 공연 예술 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제인 케이곤 역시 "디지털 필름 전공 학생들을 위해 세컨드라이프에 캠퍼스를 개설했다"며 "매우 흥미로운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가상 세계의 교육에는 다양한 문제점도 존재한다.
일례로 신클레어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그가 세운 가상 세계의 학교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을 때 한 아바타가 난입해 들어와 그와 학생들의 아바타를 향해 총을 난사한 것.그는 "고개를 숙이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당황스러운 기억을 떠올렸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게이밍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 멜리시노스는 "우리는 세컨드라이프에서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은 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안 문제 등 개선점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학들은 미래의 교육 환경 변화를 대비해 나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CSU)의 총장인 찰스 리드는 "학생 수의 증가로 미래에는 강의실 부족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며 "학생들이 재택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학교에 나오고 나머지는 가상 세계의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정보를 내려받아 학업을 수행하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
이 대학은 2008년까지 일반 정보 운영 시스템 구축도 완료할 예정이다.
이는 23개 캠퍼스의 재무 관련 정보,학생 서비스 관련 정보들을 모두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작업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학교와 학생들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학교 관련 정보들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리드 총장은 "학교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바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저렴한 비용으로 교수들과 학생들이 시스템 안에서 서로 긴밀한 연결 관계를 유지하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 보안 문제도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 대학만 해도 재무 관련 데이터나 학교와 학생 관련 정보들을 훔쳐내려는 시도가 하루에도 10만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