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작은 기업이 큰 기업과 싸워 이기기가 매우 어렵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직원만 1만3000명에 달하는 거대 인터넷 기업 야후는 독자적으로 사진 공유 기술을 개발했지만 결국 수천만달러를 들여 훨씬 좋은 기술을 개발한 작은 벤처기업을 인수할 수밖에 없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이런 쓰라린 경험을 한 야후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내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브릭하우스(Brickhouse, 벽돌집)란 조직을 만들었다.

브릭하우스는 3월 공식 출범하지만 이미 구글 등 다양한 사이트의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파이프스(Pipes)란 서비스(pipes.yahoo.com)를 시작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파이프스 서비스는 야후뿐만 아니라 다른 웹사이트나 블로그로부터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파이프를 연결했다는 의미로 이름지은 것이다.

지난 7일 이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접속이 폭주하기도 했다.

브릭하우스는 기존 조직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운영된다.

사무실도 야후 본사에서 60km 정도 떨어진 곳에 마련한 데다 건물에는 야후 로고도 붙여놓지 않았다.

이 곳의 책임은 사진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를 창업했다가 야후에 판 카트리나 페이크가 맡았다.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겠다는 브릭하우스를 만든 야후의 포석이다.

야후가 이런 행보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왕좌'자리를 구글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구글의 주가는 2004년 상장 당시 85달러에서 최근 471달러로 수직 상승했지만 야후는 같은 기간 30~40달러 선에서 옆걸음질쳤다.

시가총액도 구글이 230억달러에서 무려 1440억달러로 급증했지만 야후는 이보다 한참 뒤처지는 410억달러에 불과하다.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닷컴과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같은 혁신적인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브릭하우스는 야후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브릭하우스는 야후란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야후란 브랜드가 인터넷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에 최근 인터넷을 주도하는 젊은층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야후의 브래들리 호로위츠 부사장은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야후란 브랜드는 아버지 세대의 인터넷이란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이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후는 또 브릭하우스를 통해 유능한 엔지니어 유출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구글의 경우 일주일에 하루는 회사와 상관없이 개인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엔지니어의 천국'이란 이미지를 심어줬던 것처럼 야후도 브릭하우스를 통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성과를 냈을 경우 많은 보너스를 줘 우수한 인재의 유출을 막고 새 인재도 수혈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