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中 한쪽만 본 원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최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수단을 방문,정상회담을 갖고 수단의 대통령궁을 짓기 위한 특별 대출을 약속했다. 또 후 주석은 수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서양 세계의 대(對) 중국 정책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구나 알고 있듯 수단은 다르푸르 학살로 유명한 나라다. 3년여 전 학살 사태가 일어났을 때 미국을 비롯한 지원국들은 아프리카의 평화를 위해 돈과 음식,의약품 등을 보내며 평화 유지 노력을 펼쳤다. 또 학살을 자행한 수단 정부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후 주석의 수단 방문 전에는 중국 지도자들도 서구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후 주석은 다르푸르 사태에 대해 평화를 유지해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 주석의 방문은 중국과 서방 세계의 시각 차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후 주석은 수단 정부의 통치권을 인정한 꼴이 됐다.
하지만 냉전 시대가 끝난 후 서방 세계가 수단과 같은 통치 국가를 보는 시각은 달랐다. 르완다나 코소보의 예와 같이 국가가 시민들을 학살하고,아프가니스탄과 같이 테러리스트를 숨겨주고,이라크와 같이 유엔의 무기 사찰을 거부한다면,그러한 국가의 통치권은 인정되기 힘들다. 설령 통치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국제적 제재는 가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본다면 수단은 단연코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없는 국가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태도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대통령궁을 짓기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후 주석은 8000만달러에 달하는 수단의 국가 채무를 탕감해 주기도 했다. 또 수단에 철도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수단의 석유회사를 방문하며 수단이 생산하는 석유의 80%를 중국이 끌어가고 있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후 주석의 수단 방문은 세상을 오싹하게 만드는 인권 유린까지도 찬송하는 꼴이 된 것이다.
또한 후 주석은 수단과의 경제 협력을 추구하면서 경제 개발을 위해서라면 '정치 개발'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드러냈다. 이것은 한때 서구가 개발을 위해서라면 정치적으로 치부되는 인권과 부패 문제 등을 무시했던 것과 비슷한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에 서구 세계는 변화했다. 개발 전문가들은 부패를 줄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경제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이 없다면 경제 원조 역시 쓸모가 없다. 중국의 원조금이 아프리카의 가난을 위해 쓰여지는 게 아니라 대통령궁을 짓기 위해 쓰여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금 중국의 수단 원조는 경제 개발이 정치 개발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수단에서 석유회사를 만들고 과학자를 양성하고 철도를 건설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학살 정책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서배스천 맬러비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African Aid,No Strings Attached'란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