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환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지난 금요일 760원대로 내려간 것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10월 이후 9년 3개월 만이다. 일본의 금리인상이 지연되고, 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이 해외로 투자되는 이른바 앤케리 트레이드가 여전한 가운데 지난 주말 관심을 모았던 G7 재무장관회담에서도 예상과 달리 이 문제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나오지 않음으로써 엔화 약세는 더 지속(持續)될 전망이다.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기업들로서는 원·달러 환율 불안에다 엔저 약세로 인한 위기감에 동시에 직면한 상황이다. 채산성 약화로 수출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들이 수출단가를 내릴 여유가 있는 일본기업과 경쟁하기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엔저로 인해 대일 역조는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대일 서비스수지도 이미 적자로 돌아섰다. 엔저가 계속되면 일본에 크게 의존해 왔던 부품·소재 등 자본재에 대한 기술개발 유인도 현저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결국 대일 경상수지 적자의 고착화(固着化)로 이어질 게 뻔하다.

걱정되는 것은 엔저 현상이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아베 정부는 소비부문에서 본격적인 회복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수출과 투자가 이끄는 경기확장 국면이 더 이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미국 등이 엔저보다 위안화의 유연성 문제에 더 주목(注目)하고 있는 국제적 분위기로 보아서도 그렇다.

정부나 기업으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환율안정을 위해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더욱이 원·엔환율이 시장의 새 불안요인으로 추가된 마당이고 보면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그리고 향후 위안화 절상, 일본의 금리인상이 막상 현실로 닥쳐 왔을 경우 달러 약세, 앤캐리 자금의 이동 등 국제금융시장이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인 환율안정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기업들은 환위험에 대한 대응력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불요불급한 비용은 줄이고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것 말고 달리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