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의 1927년작 '보이지 않는 선수(The secret player·152×195cm)' 앞에서 학생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작품도 특이하지만 가격이 120억원이라는 도슨트(전시안내자)의 말에 깜작 놀란 표정이다.

배경은 어디인지 모를 정원,크리켓 경기를 하는 하얀 옷의 두 남자,정체를 알 수 없는 거북이 등 서로 연관성 없는 소재들의 절묘한 조화를 면밀히 살핀다.

앳된 얼굴 가득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생각의 물결이 일렁인다.

언뜻 보면 황당한 장난 같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마그리트 작품을 보고 이들은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탐험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6일 서울 문성중학교 학생 350명이 현장학습 코스로 마그리트전을 찾았다.

김영태군(14)은 "그림을 보면 상상력이 발동해서인지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마그리트의 대표작 '회귀''보물섬' 등을 보며 이미지들이 살아 움직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년부장 이난희 선생님(56)은 "학생들의 인성교육 차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현장체험학습으로 왔다"며 "마그리트에 대해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반갑고 학생들이 명화를 감상하면서 창의력도 키울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중순 전시장을 찾은 서울 사대부속초등학교 학생 50여명은 눈앞에 펼쳐진 마그리트의 작품과 사진 등 화려하고 웅장한 전시를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학교 5학년 박성호군은 "그림 속의 사람이 지금 사람들과 너무 달라 신기하고,책에서만 보던 마그리트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신비롭다"며 마냥 즐거워했다.

이날 학생들의 총 지도를 맡은 이준규 선생님(39)은 "초등학생에게는 생소한 마그리트의 진품을 직접 보고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체험학습장이었다"며 "앞으로도 미술작품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막 첫날 마그리트전을 찾았던 김천예술고 학생 300여명 역시 "초현실주의라는 장르가 약간은 낯설게 느껴졌지만 작품을 무조건적으로 이해시키기보다 자유롭게 제시해주고 마음껏 상상하고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기회였다"며 "풍경화나 정물화보다 색다르게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