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는 지난 1일 개봉돼 관객을 대거 흡수하며 12일까지 250만명을 돌파했다.
이날까지 흥행수입만 75억원을 기록,총 제작비 70억원을 넘어섰다.
이 영화는 1991년 서울 압구정동에 살던 고 이형호군 유괴사건에서 부모가 유괴범에게 농락당하며 보낸 44일간을 그렸다.
아이는 살해됐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흥행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게다가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거부감 때문에 유괴영화는 안 된다는 통념이 지배해 왔다.
지난해 유괴를 소재로 다룬 '잔혹한 출근'과 '조용한 세상' 등도 흥행에 참패했다.
그러나 실화사건을 재구성한 스릴러가 아니라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에 초점을 맞춰 흥행에 성공했다.
부모역의 설경구와 김남주는 시종 초췌한 모습으로 눈물연기를 펼쳤으며 관객들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사회적 이슈에서 감정을 끄집어 내는 데 뛰어난 박진표 감독의 재능이 돋보였다.
데뷔작 '죽어도 좋아'는 노인들의 성애를 주목하게 만들었고,에이즈에 걸린 창녀와 농촌총각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두 번째 영화 '너는 내운명'은 310만명을 동원해 멜로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방송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싶다' 조연출 경력을 거친 박 감독은 정서를 담은 다큐드라마에서 수완을 발휘한다는 평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