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은 최근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소설가 고(故) 이효석 선생의 장녀인 이모씨가 "아버지의 초상이 들어간 상품권이 성인오락실 경품용으로 사용돼 퍼블리시티권을 포함한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며 상품권 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퍼블리시티권 보호기간은 저자 사망 후 50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초상권의 상업적 이용 권리인 '퍼블리시티(Publicity)권'에 대해 저작권처럼 '사후 50년'이라는 권리행사 기간을 규정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법원은 이효석 선생이 사망한 지 60여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이씨의 청구는 기각했다.

개인의 이름이나 얼굴,목소리 등을 남들이 허락없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배타적 권리인 '초상권'은 헌법 10조에 규정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법원에 의해 철저히 보호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탤런트 배용준 장동건 이병헌씨 등이 일본에서 팔린 앨범 표지에 자신들의 사진이 무단 사용돼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며 음반사 3곳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실 연예인은 공인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초상권을 보호받는 정도가 비교적 약하다.

사진을 무단 사용하더라도 상업적 목적이 없다면 배상 책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

또한 이미지를 중시하는 연예인들은 초상권 침해 사건의 경우 적당한 배상액에 서둘러 합의해 끝내기를 선호한다.

연예인의 초상권 침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2004년 탤런트 황수정씨가 "수의를 입고 있는 모습을 인터넷에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사례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반인의 경우는 초상권을 엄격히 보호받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가 보험사 직원들로부터 집과 회사 주변에서 몰래 사진을 찍힌 B씨 가족이 S보험사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공개 장소에서 민사소송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초상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의 보호 영역을 침범한 것은 불법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