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은 해외에서는 최고 대우를 받는데 국내에서는 완전 찬밥 신세죠." 세계 최강이라는 우리 조선사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받는 처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현실을 놓고 한 조선사 관계자가 내놓은 푸념이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한마디로 '넘버 1'이다.

우수 인력,높은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국내 조선사는 지난해 △수주량 △수주잔량 △건조량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에서 건조되는 선박 3척 중 1척은 우리 조선사가 만들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선으로 꼽히는 LNG(액화천연가스)선,8000TEU급 이상 초대형 유조선,드릴십 등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80%를 넘는다.


◆정부의 R&D 지원 거의 못받아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우선 정부의 지원에서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정부 지원 R&D(연구개발) 자금이 단적인 예다.

산업자원부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2005년과 2006년 산자부가 산업계에 지원한 R&D 자금은 각각 1조4529억원과 1조5795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 중 조선업종이 지원받은 자금은 2005년 214억원(전체의 1.47%),2006년 221억원(1.39%) 정도다.

같은 기간 자동차업종 680억원과 846억원,철강업종 602억원과 613억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크게 못미친다.

조선업종은 작년에 220억달러를 넘게 수출한 국내 네 번째 수출업종이다.

하지만 정부의 산업훈·포장 역시 취약하다고 조선사들은 주장한다.

지난해 자동차업종에는 산업훈장 4개와 산업포장 3개가,철강업종에는 산업훈장 1개와 산업포장 1개가 각각 수여됐다.

반면 조선업종에는 산업훈장이 하나도 없고 산업포장만 1개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2005년까지 조선업계에는 산업포장조차 한 개도 없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각종 환경규제와 높은 인건비로 국내 설비 증설에도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부지를 찾는 것도 어렵지만 인근 지역 어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지자체의 각종 규제들이 워낙 심해 도크 증설은 물론 암벽 하나 늘리는 것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STX조선,한진중공업 등이 국내에서 증설을 하지 못하고 해외에 조선소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재주는 곰이,돈은 왕서방이…

현재 국내 조선사의 LNG선 수주잔량은 106척에 달한다.

LNG선 한 척당 2000억원이 넘는 걸 감안하면 총 수주금액은 대충 잡아도 21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LNG선의 핵심 설비인 화물창(LNG를 담는 창고)의 설계 및 제조에 대한 원천기술이 없다.

때문에 국내 조선사는 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프랑스 GTT사에 척당 5% 내외의 기술료를 내고 있다.

현재 수주잔액을 감안하면 앞으로 총 1조원이 넘는 로열티가 빠져 나간다는 얘기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돈은 왕서방이 버는' 셈이다.

이에 한국가스공사와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2004년부터 LNG선 화물창 국산화 개발 사업(KC-1)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험용 선박을 구할 수 없어 2010년 시험 운항을 시작한다는 당초 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좀더 일찍부터 정부가 주도적으로 조선업계의 LNG선 관련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했더라면 이 같은 막대한 기술료 유출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대대적인 정부 지원을 받고 우리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따돌리고 앞으로 수십년 동안 조선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정부 등 국내 모든 관련 기관이 함께 나서 중장기 조산산업 인재 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석원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장은 "양질의 조선 인력 확보와 관리를 위해 조선업계의 대국민 홍보 강화,국가 차원의 인력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조선공학 커리큘럼의 개선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