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단계부터 법률 자문을 받았다면 이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 폭력조직 '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씨에게 협박당했다고 밝힌 영화배우 권상우씨의 법정 대리인인 신시현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널 변호사는 "사건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권상우씨가 입은 유무형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권씨는 김씨로부터 일본 공연을 강요받았다고 밝힌 반면 김씨 측은 권씨가 일본 공연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설득하려 했다며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연예인 X파일 사건'을 맡아 거액의 손해배상을 이끌어낸 이동직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분쟁이 발생해야만 변호사를 찾는다"며 "나름대로 회사 규모를 갖춘 연예기획사들 가운데서도 로펌으로부터 정기적인 법률 자문을 받는 곳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정 출연 등 장기 계약은 서면으로 하지만 팬 사인회 등 일회성 이벤트는 구두 계약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어 권상우씨 같은 분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대규모 해외 공연이 늘어나면서 연예기획사들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법률 자문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권리의식이 높아진 일부 연예인들도 계약에 앞서 변호사의 조언을 구하고 있다.

가수 비의 '라디오 괴담' 사건을 맡아 김모씨(24) 등 누리꾼 4명의 벌금형을 이끌어냈던 김문희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는 "연예인들이 전속 계약을 맺거나 소속 기획사를 바꾸려 할 때 로펌을 찾아오고 있다"며 "기획사와 연예인들이 계약과 관련해 사전에 자문을 받으려는 추세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식축구 NFL의 한국계 영웅 하인스 워드를 국내에 초청해 화제를 모았던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널의 임상혁 변호사는 "기획사가 전속 연예인을 발굴해 출연이나 공연 등 모든 것을 관리하는 일본형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스타의 일정이나 출연작 등을 관리하는 매니저나 계약을 대리하는 에이전트 등 기능별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는 미국식 스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들이 주축인 에이전트가 스포츠 스타나 가수 영화배우 등 연예인들의 이적이나 출연 등 각종 계약을 대행하고 있다.

법률적 전문성을 갖춘 에이전트들이 계약에서 잠재적 위험이나 소송 가능성 등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스타 시스템으로 가기 위해서는 스타들의 파워가 현재보다 커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국내 스타 시스템은 SM엔터테인먼트 사이더스 예당 등 대형 기획사들이 연예인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형태다.

연예인들은 기획사에 종속되는 경우가 많아 법률 자문도 비교적 경제력을 갖춘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스타가 매니저나 변호사 등을 고용해 국내 연예인보다는 우월적인 지위를 갖는다.

국내의 경우 한류스타 배용준 정도가 이와 비슷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을 지향하는 곳은 두우 신우 한결 등이다.

각각 3∼5명의 변호사로 이뤄진 전문 팀을 운영하면서 기획사 등의 법률 자문을 주로 맡고 있다.

연예인 개개인의 경우 분쟁이 발생하면 사건을 의뢰받는 형태지만 두우의 최정환 변호사는 스케줄 등 사생활까지 '밀착형'으로 관리해 주고 있어 호평을 받기도 한다.

또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널은 CJ엔터테인먼트의 엠넷미디어 인수를 자문하고,신우는 사이더스 계열사인 IHQ가 드라마 '파리의 연인' 제작 업체인 캐슬인더스카이를 인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로펌 고유의 법률 자문 업무와 연예사업의 특성을 적절히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정태웅·김현예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