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 사립대인 하버드대 371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장이 탄생했다.

하버드대는 11일(현지시간) 여성 역사학자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59·사진)를 제28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미국 남북전쟁 및 남부 역사 전문가로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고등학문연구원 초대 학장을 지냈다.

그는 소규모 여성 단과대학이던 래드클리프대가 2001년 하버드에 통합되면서 하버드와 인연을 맺었다.

제임스 허턴 하버드대 총장 선정위원회 위원장은 "오늘은 하버드대로선 의미 깊고 역사적인 날"이라며 "파우스트 박사는 영감을 주고 실력을 갖춘 지도자이자 뛰어난 학자,헌신적인 교사,훌륭한 인물"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파우스트 총장은 작년 6월 물러난 로런스 서머스 전 총장의 뒤를 잇게 된다.

하버드대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던 서머스 전 총장이 여성 차별적 발언을 해 교수진과 갈등을 일으킨 뒤 작년 2월 사임 의사를 밝히자 이후 거의 1년간 후임 총장을 물색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여성 총장 선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파우스트 총장은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나의 총장 임명은 1세기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이는 새로운 기회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또 "역사학자로서 과거는 물론 과거가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하버드의 미래를 과거보다 더욱 뛰어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머스 전 총장 사임 이후 불거진 교내 갈등을 봉합하고 30년 만에 이뤄지는 교과과정 개편과 수십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캠퍼스 확장 문제 등을 잘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파우스트 총장은 브린모어칼리지에서 학사학위를 마치고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는 등 하버드에서 공부한 적이 없어 비 하버드대 출신으로는 1672년 사망한 찰스 촌시 총장 이후 335년 만에 하버드 총장에 오른 인물이란 기록도 갖게 됐다.

한편 그의 하버드 총장 취임으로 프린스턴대의 셜리 틸먼,브라운대의 루스 시몬스,펜실베이니아대의 에이미 거트먼 총장을 비롯 미국 동부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 8개 중 절반인 4개 대학의 총장을 여성이 맡게 됐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