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정화조 기능을 갖춘 백제 시대의 대형 화장실이 발견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 발굴 결과를 담은 '왕궁리 발굴 중간보고서 5'를 최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의 정화조와 같은 구조를 갖춘 대형 화장실 3기가 동서 방향으로 나란히 발견됐다.

서북편 지역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발굴된 화장실은 내부의 오수를 좁은 수로를 통해 밖으로 빼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울러 대형 화장실과 관련된 수종(樹種)·기생충(寄生蟲)·토양(土壤) 분석을 통해 화장실 목부재로 굴피·상수리·밤나무가 주로 사용됐음을 확인했다.

특히 고려대 기생충학교실의 분석 결과 기생충은 대부분 회충(蛔蟲)과 편충란(鞭蟲卵)으로 나타났다.

회충과 편충은 채소를 섭취할 때 주로 감염되는 대표적인 '채식성 기생충'.반면 고기를 먹을 때 주로 감염되는 '육식성 기생충'인 조충란은 확인되지 않았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제위기간 600~641년)대에 조성된 궁성유적으로 남북길이 490여m,동서너비 240여m에 이르는 장방형 궁궐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삼국유사는 이곳을 한때 백제 무왕이 천도했던 곳으로 기록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