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난개발 확산] 고양 · 남양주 쪼개기 개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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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오후 4시 경기 용인시 풍덕천 사거리 앞.퇴근시간 전인 데도 수지에서 분당·서울방면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꼼짝달싹 못한 채 100m 정도 긴 줄을 이뤘다.
용인시 상현동에 사는 운전자 성 모씨(40)는 "서울의 교통지옥을 피하려고 이사왔는데 이곳은 더 지옥"이라고 하소연했다.
1990년대 준농림지 난개발에 이어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주도하는 소규모 택지 난립으로 '제2의 난개발'을 겪고 있는 용인지역에서 매일 반복되는 풍속도다.
더욱이 이 같은 현상은 용인만이 아니라 공공택지가 몰려 있는 고양 평택 화성 김포 남양주 등 수도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베드타운이 먼저 들어서고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이 나중에 설치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선(先)계획-후(後)개발' 원칙을 제도화했지만 지금도 대규모 신도시 주변에 무임승차하는 공공택지개발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용인은 '포도송이' 개발 천국
용인권의 경우 공공택지지구 18곳 가운데 개발면적이 100만평 이상인 '신도시급'은 죽전과 동백지구 두 곳뿐이다.
이러다 보니 18개 택지지구 면적을 모두 합쳐도 분당(594만평)보다 작은 525만평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 지구 대부분은 분당신도시 개발 이후 경부고속도로 양쪽에 줄줄이 늘어선 형태의 이른바 '포도송이'식으로 개발되면서 도시의 기본 형태인 원형이나 사각형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도로·철도·주민 편의시설 등이 효율적으로 배치되기 어려운 기형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는 셈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건설교통부는 용인권을 유력한 2기 신도시 후보지로 꼽고 있었지만 "신도시의 '신'자도 꺼내지 마라"는 엄명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송준규씨(43)는 "지역 내 도로사정이 열악했던 몇 년 전에도 지금처럼 정체가 심하지는 않았다"면서 "도시계획 없이 인구만 늘어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전역이 '공공 난개발' 홍역
이 같은 공공 난개발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1981년부터 수도권에서 지정된 공공택지는 지난해 말 현재 모두 254곳에 이른다.
이들 지구의 면적만 1억167만평으로 분당신도시 17개를 넘는다.
택지규모별로 보면 △100만평 이상 22곳(5169만평) △30만평 초과~100만평 미만 48곳(2764만평) △30만평 미만 184곳(2233만평) 등이다.
특히 개발면적이 30만평 미만인 소규모 택지지구의 경우 수치로는 수도권 전체의 72.4%나 되지만 면적으로는 22%에 불과하다.
서울·인천·수원 등 대도시는 그나마 기존 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은 문제가 심각하다.
고양시만 해도 15개 택지지구 중 절반을 넘는 9곳이 30만평 미만이다.
더욱이 이들 지구 대부분이 일산신도시와 화정·행신지구 주변에 잇대어 개발되면서 자유로 통일로 등 간선도로가 출·퇴근 시간대마다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지역도 30만평 미만의 택지지구가 김포는 10곳 중 8곳,남양주는 10곳 중 7곳,평택은 15곳 중 12곳,화성은 10곳 중 5곳 등으로 교통난 등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택지는 30만평 미만도 교통대책 마련해야
이들 공공 난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도로·철도를 포함,대부분의 주민생활 편의시설을 사실상 인근 신도시 등에 의존하며 무임승차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1997년부터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광역교통망 적용대상을 30만평 이상 또는 수용인구 2만명 이상 택지개발지구로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규모 공공택지 중 상당수는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의무를 피하기 위해 한 번에 개발해도 될 곳을 여러 개로 쪼개는 편법까지 동원,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다 보니 100만평 이상의 신도시조차 입주 후 불과 몇 년 안에 교통대란 내지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홍역을 치르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은 대규모 개발만 전담하도록 하거나 30만평 미만 공공택지는 일정비율의 광역교통개선비용을 분담시키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민·관 공동택지개발제도가 새로 도입될 예정인 만큼 소규모 택지개발은 민간에 맡기고 주공·토공 등 공공기관은 신도시급 택지를 개발하는 역할분담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며 "30만평 미만 택지지구에 광역교통개선비용을 일부 분담시키면 신도시 분양가 인하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
용인시 상현동에 사는 운전자 성 모씨(40)는 "서울의 교통지옥을 피하려고 이사왔는데 이곳은 더 지옥"이라고 하소연했다.
1990년대 준농림지 난개발에 이어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주도하는 소규모 택지 난립으로 '제2의 난개발'을 겪고 있는 용인지역에서 매일 반복되는 풍속도다.
더욱이 이 같은 현상은 용인만이 아니라 공공택지가 몰려 있는 고양 평택 화성 김포 남양주 등 수도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베드타운이 먼저 들어서고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이 나중에 설치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선(先)계획-후(後)개발' 원칙을 제도화했지만 지금도 대규모 신도시 주변에 무임승차하는 공공택지개발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용인은 '포도송이' 개발 천국
용인권의 경우 공공택지지구 18곳 가운데 개발면적이 100만평 이상인 '신도시급'은 죽전과 동백지구 두 곳뿐이다.
이러다 보니 18개 택지지구 면적을 모두 합쳐도 분당(594만평)보다 작은 525만평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 지구 대부분은 분당신도시 개발 이후 경부고속도로 양쪽에 줄줄이 늘어선 형태의 이른바 '포도송이'식으로 개발되면서 도시의 기본 형태인 원형이나 사각형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도로·철도·주민 편의시설 등이 효율적으로 배치되기 어려운 기형적인 모양새를 띠고 있는 셈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건설교통부는 용인권을 유력한 2기 신도시 후보지로 꼽고 있었지만 "신도시의 '신'자도 꺼내지 마라"는 엄명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송준규씨(43)는 "지역 내 도로사정이 열악했던 몇 년 전에도 지금처럼 정체가 심하지는 않았다"면서 "도시계획 없이 인구만 늘어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전역이 '공공 난개발' 홍역
이 같은 공공 난개발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1981년부터 수도권에서 지정된 공공택지는 지난해 말 현재 모두 254곳에 이른다.
이들 지구의 면적만 1억167만평으로 분당신도시 17개를 넘는다.
택지규모별로 보면 △100만평 이상 22곳(5169만평) △30만평 초과~100만평 미만 48곳(2764만평) △30만평 미만 184곳(2233만평) 등이다.
특히 개발면적이 30만평 미만인 소규모 택지지구의 경우 수치로는 수도권 전체의 72.4%나 되지만 면적으로는 22%에 불과하다.
서울·인천·수원 등 대도시는 그나마 기존 기반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지역은 문제가 심각하다.
고양시만 해도 15개 택지지구 중 절반을 넘는 9곳이 30만평 미만이다.
더욱이 이들 지구 대부분이 일산신도시와 화정·행신지구 주변에 잇대어 개발되면서 자유로 통일로 등 간선도로가 출·퇴근 시간대마다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지역도 30만평 미만의 택지지구가 김포는 10곳 중 8곳,남양주는 10곳 중 7곳,평택은 15곳 중 12곳,화성은 10곳 중 5곳 등으로 교통난 등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택지는 30만평 미만도 교통대책 마련해야
이들 공공 난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도로·철도를 포함,대부분의 주민생활 편의시설을 사실상 인근 신도시 등에 의존하며 무임승차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1997년부터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광역교통망 적용대상을 30만평 이상 또는 수용인구 2만명 이상 택지개발지구로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규모 공공택지 중 상당수는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의무를 피하기 위해 한 번에 개발해도 될 곳을 여러 개로 쪼개는 편법까지 동원,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다 보니 100만평 이상의 신도시조차 입주 후 불과 몇 년 안에 교통대란 내지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홍역을 치르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은 대규모 개발만 전담하도록 하거나 30만평 미만 공공택지는 일정비율의 광역교통개선비용을 분담시키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민·관 공동택지개발제도가 새로 도입될 예정인 만큼 소규모 택지개발은 민간에 맡기고 주공·토공 등 공공기관은 신도시급 택지를 개발하는 역할분담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며 "30만평 미만 택지지구에 광역교통개선비용을 일부 분담시키면 신도시 분양가 인하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