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틀러 대표가 숙제(절충안 마련)를 열심히 해왔다."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한국측 수석대표는 11일(현지시각) 7차 협상 첫째날 협상이 끝난 뒤 빙긋이 웃으며 한 말이다.

한·미 양국이 협상을 양국 간 정상 전화회담을 통해 타결키로 합의함에 따라 7차 협상 분위기도 이처럼 급속히 풀리고 있다.


양국은 이날 수석대표 회동을 통해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 등 핵심쟁점에 대해 새 절충안을 논의하는 등 타결 기반 마련을 위한 본격적 조율에 나섰다.

정부가 협상을 3월 말 시한 내에 반드시 타결키로 한 것은 한·미 FTA 협정 체결로 얻을 이익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 타결을 위한 조율을 위해 양국 최고정책결정자인 대통령끼리 전화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역구제 개선이나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 등이 수용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세 철폐 등 타결에 따른 전반적인 이익이 더 큰 만큼 3월 말까지는 반드시 타결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여기엔 노 대통령의 강한 의지도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태국 등과의 FTA 협상 등이 난항을 보이면서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 통상에서 이룬 업적이 사실상 전무해 한국과의 협상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과의 연대를 강화할 필요성도 정계를 중심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첫날 협상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7차 협상은 미국의 무역촉진권(TPA) 만료 전에 타결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며 "우리나 미국도 진전을 이루기 위한 (6차 협상이 끝난 뒤) 대내 작업을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양측이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 등에 대한 발전된 절충안을 서로 마련해 이번 협상에서 논의를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웬디 커틀러 대표도 "협상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지난 3주간 많은 숙제(절충안 마련)를 했다.

양국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해 6차 협상 이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무역구제 개선 조치 등을 전향적으로 수용할지 주목된다.

커틀러 대표는 "반덤핑 개선 조치에 대해선 수석대표 간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주에 최종 협정이 발표되진 않을 것"이라며 "중대한 진전을 위해선 다양한 수준에서 많은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 6차 때 인원(80명)의 2배가 넘는 200여명을 투입,예전과 다른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금융분과와 환경분과엔 미측 협상단이 기존의 6~10명에서 각각 21명,25명으로 늘었다.

커틀러 대표는 "협상 시작 이래 양측에서 가장 큰 대표단이 모였으며 이는 양측이 협상 진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노동 서비스 분과에선 첫날 협상부터 쟁점 조율에 성공했다.

투자와 서비스 분과의 합동 회의에선 일반화물 택배 등 국내 택배는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 통신·전자상거래 분과에서는 각국의 전자인증제도 인정 및 개인정보 보호 조항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김 대표는 "전자상거래 분과는 상당한 진전이 이뤄져 한번 더 회의하면 협정문을 완결할 정도의 수준에 와 있다"며 "노동 투자 서비스 분과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