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여사(44)가 한진해운 경영의 '키'를 잡는다.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한진해운 등기이사 및 총괄 부회장에 오르며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기로 한 것.한진해운 고위 관계자는 12일 "다음 달 16일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에 최 여사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최 여사는 대주주로서 한진해운 경영에 참여하게 되며 그에 걸맞은 직책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 여사가 아직 경영 경험이 없는 만큼 당장 대표이사로 선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박정원 사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은 뒤 역량이 쌓이면 수년 내에 CEO(최고경영자)를 맡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다른 관계자는 "최 여사는 조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한진해운의 오랜 주인'인 만큼 박 사장보다 한 계단 높은 부회장 직을 맡게 될 것"이라며 "최 여사는 과거 조 회장과 함께 국내외 현장을 다니며 해운업계 분위기를 익혀온 데다 영어와 일어 실력이 원어민 수준이어서 대외활동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당분간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 경영인인 박 사장이 맡고,최 여사는 '대모(代母)' 역할을 하는 '투 톱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조 회장이 타계할 때까지만 해도 한진해운 주식이 전혀 없었던 최 여사는 양현재단 이사장 취임과 조 회장 지분 상속 등을 통해 최대 9.15%의 한진해운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게 됐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64만주와 한진해운 자사주 164만주 등 총 328만주(4.56%)를 출연해 설립한 양현재단은 이사장인 최 여사가 실질적인 의결권을 행사한다.

최 여사는 또 유경,유홍씨 등 두 딸과 함께 조 회장의 나머지 지분(4.59%)도 상속받는다.

최 여사의 경영 참여로 조수호 회장 타계 뒤 불거졌던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섭정' 논란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업계에선 최 여사가 한진해운 지분이 전혀 없는 데다 두 딸도 학생 신분인 만큼 조 회장의 큰 형인 조양호 회장이 자연스럽게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6.25%) ㈜한진(0.48%) 한국공항(4.33%) 등을 통해 한진해운 지분을 11.06%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조수호 회장 생전에 '한진해운 경영권은 조수호 회장이 계속 행사한다'는 데 합의했으며 이후 경영권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며 "실제 양현재단 설립 등 최 여사가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조양호 회장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