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실적 잔치] 금융그룹 '거침없는 高실적' 올해도 지난해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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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며 연간 순익 '1조원 클럽'과 '2조원 클럽'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는 금융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환율 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과는 대조적으로 은행권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6년 18개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잠정치)은 13조49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던 2005년의 13조634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2조4000억원)와 이월 결손금 효과 축소로 인한 법인세 비용 증가요인(1조7000억원)이 없었더라면 지난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3조원 이상 늘어난 16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금융사별로는 국민은행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9.8% 증가한 2조472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지주의 작년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8327억원으로 전년보다 17.4% 증가했다.
이 중 신한지주의 주요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당기순익이 1조6592억원에 달했다.
우리금융은 그룹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2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우리금융의 작년 당기순익은 2조164억원으로 전년보다 19.4% 늘었다.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전년 대비 14.6% 증가한 1조63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1조71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2005년 12월 그룹 출범 2년 만에 '1조원 클럽' 명단에 등재됐다.
기업은행도 작년 1조5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1조원 클럽'에 새로 가입했다.
은행권이 지난해 대규모 순이익을 올린 것은 기업 및 가계 대출이 늘어나 이자수익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국내은행의 총 대출자산은 2005년 말 751조4000억원에서 2006년 말 873조8000억원으로 1년간 122조4000억원(16.2%) 증가했다.
그 결과 이자수익도 전년 대비 1조5000억원 늘어났다.
은행권의 실적 잔치는 배당잔치로 이어졌다.
국민 외환 하나 우리 대구 부산 전북은행 등 올해 배당액을 확정한 7개 은행의 배당총액은 2조609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은행의 올해 배당총액은 무려 1조2277억원.작년 순이익(2조4721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로 은행 역사상 최대 규모다.
주당 배당금은 3650원으로 작년(주당 550원)보다 6배 이상 늘어났다.
10년 만에 첫 배당을 실시하는 외환은행도 지난해 순익 1조61억원 중 6449억원을 배당키로 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 중 3분의 2 가까이를 배당하는 셈이다.
이들 7개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을 감안할 때 외국인에게 돌아갈 몫은 1조7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주식 84%가량을 갖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은 1조80억원을 챙기게 됐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의 배당수입도 4167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은행권의 '나홀로 호황'에 대해 금융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해외 영업이 거의 없는 국내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은 기업과 가계의 금융 비용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공적 역할은 소홀한 채 예대 마진에 의존하는 돈놀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의 고배당 정책을 놓고도 국내에서 돈놀이를 통해 번 돈으로 외국인 주주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실적 잔치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올해는 과거 외형위주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 건전성 등 모든 측면에서 신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전반적인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2005년 1.27%에서 2006년 1.12%로 0.15%포인트 하락했다.
ROA는 자산을 이용해 창출한 이익을 측정하기 위해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ROA가 1.12%라면 은행이 1000만원의 자산을 운용해 11만2000원의 순이익을 남긴 것을 의미한다.
은행들의 ROA가 떨어진 것은 자산 확대 과정에서 경쟁 심화로 은행 마진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은행 간 영업경쟁이 심화되면서 순이자마진(NIM)도 2005년 2.81%에서 2006년 2.64%로 0.17%포인트 줄어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자산이 대폭 늘면서 수익은 증가했지만 은행권 자산경쟁으로 이자마진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말했다.
CJ증권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등 5개 은행의 올해 이익증가율은 작년의 3분의 1 수준인 7.6%로 내다봤다.
대출 증가가 둔화되고 예대마진 축소 압력이 가중되는 데다 구조조정 기업 주식처분이익 등 특별 이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 통합법도 금융업계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자본시장 통합법은 은행 보험 증권 선물 자산운용 간 칸막이를 모두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골드만삭스처럼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모두 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를 육성하겠다 것이다.
마침내 자본시장에서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결국에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들이 모두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를 들고 무한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 금융사들이 도태되고 인수합병(M&A)과 겸업화를 위한 금융지주사 설립 돌풍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