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권정책의 로드맵인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정부 초안이 확정됐다. 법무부는 13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NAP수립을 위한 제2차 공청회'에서 이번 초안은 비정규직과 실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보호를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시행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 "비정규직 인권 강화"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등 국가인권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한 주요 쟁점들은 일단 유보됐다.

법무부는 각 부처 의견을 취합,4월 초까지 법무장관이 위원장인 국가인권정책협의회에 기본계획안을 상정할 방침이어서 그 사이 재계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주목된다.


◆인권위 안에 비해선 '진전'됐지만

법무부가 마련한 NAP 초안은 당초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본계획보다는 다소나마 경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호성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내용이 다수 포함됐던 인권위 안에 비해 상당 부분 정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운용과 관련,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집회와 시위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관리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당초 인권위가 집회·시위와 관련된 각종 행정절차와 규제를 완화하라고 주문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제도 폐지도 인권위 안과 차이가 난다.

법무부는 필수공익사업에 대한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고 필수유지업무 규정을 신설했다.

인권위는 최소업무유지 제도 도입을 전제로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거나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를 축소하라고 권고했었다.

비정규직 보호도 다양한 주문을 한 인권위 안과 달리 법무부 초안은 '사내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방안' 같은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선에서 이뤄졌다.

그렇지만 재계는 이번 정부초안도 시행에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과도한 보호나 노동시장 현실에 맞지 않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우선 4인 이하 영세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경영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근로3권을 현행법보다 강하게 보장하는 것도 기업에 과도한 의무를 강요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실업자의 노동3권 보장에 대해선 '실업자가 헌법상 단결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출산여성의 배우자에게 3일간의 휴가를 주는 아버지출산휴가제와 남성육아휴직할당제 도입에도 "인권신장을 위해 시급한 과제인지 의심스럽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사형제와 국보법은 입장유보

법무부는 인권위가 폐지를 권고한 사형제와 국보법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정했다.

사형제의 경우 정부 초안은 "현행법상 사형 규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올해 상반기 중 사형제 존치 여부를 검토해 국회계류 중인 '사형제 폐지 특별법'의 심사를 지원한다"는 선에서 정리됐다.

국보법은 "국보법 개폐 문제는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이므로 안보·형사법의 필요성을 검토한 뒤 국민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해석·적용에 남용을 막기 위해 탄력적이고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역시 인권위가 폐지를 권고한 보안관찰제도 남용방지책을 마련해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동욱·이태훈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