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 평범한 가정의 네 자매가 내로라하는 기업의 최고 경영진으로 성장해 화제다.

남성들이 절대 다수인 최고 경영진에 네 자매가 나란히 진출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특히 어릴 적부터 부모의 각별한 '경제인 만들기 교육'을 받고 자란 것으로 밝혀져 부모의 교육비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설리번가(家)의 네 자매 가운데 첫째인 데니스 모리슨(52)은 네슬레 등으로 유명한 캠벨사의 미국사장을 맡고 있다.

둘째인 매기 와일드로터(51)는 통신회사인 시티즌스 커뮤니케이션스의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다.

셋째인 콜린 바스트코스키(45)는 여행업으로 유명한 익스페디아에서 판매담당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막내인 안드리아 도엘링(42)은 최근까지 유명한 통신회사인 AT&T 와이어리스의 판매담당 수석 부사장을 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보도했다.

현재 미국에서 기업 경영진은 남성이 6 대 1 정도로 많다.

500대 기업의 CEO 중 여성은 고작 10명에 불과하다.

특히 이들이 한창 일할 당시에는 결혼하면 그만두라는 압력도 많았을 때라 네 자매의 성공기는 여러 가지로 주목을 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물론 자신들의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다.

첫째인 데니스의 경우 14살 때 학교 밴드부 지휘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안짱다리라서 곤란하다는 선생님들의 지적에 부딪쳤다.

이를 고치기 위해 걷는 연습을 수없이 반복해 지휘봉을 움켜쥔 집념의 소유자다.

다른 자매들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가르침이 절대적이었다는 게 이들의 고백이다.

한국전 참전용사이기도 한 아버지는 딸 넷에게 어릴 때부터 작심하고 '경제'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무조건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했던 것은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경제하는 행위를 스스로 체득시키는 데 주력했다.

딸들을 수시로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는 자신의 사업과 목표 설정 및 추구 방법에 대해 딸들과 대화하며 공유하기 위해 애썼다.

자신이 좋아하는 목표를 갖되 가능하면 큰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되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 토론한 뒤 다시 도전토록 했다.

매주 책 한 권씩을 읽은 뒤 감상문을 쓰도록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야망을 크게 갖는 것도 여성다움의 한 부분"이라고 딸들을 격려했다.

매주 주말이면 제비뽑기를 통해 청소 설거지 눈치우기 등 가사노동을 분담토록 했다.

대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로 '거래'를 통해 바꾸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하는 법과 서로 다른 소질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네크워킹 능력이 키워졌다.

이런 과정을 거친 네 자매는 사회에 나가 펩시콜라 마이크로소프트 P&G 등 유명회사를 거치면서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마침내 꿈인 미국 1000대 기업의 CEO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렇게 보면 리더는 타고나는 것보다는 길러지는 것 같다.

자식도 부모하기 나름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