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경제학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59)은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문제는 되레 악화됐으며 참여정부의 4년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의 대부분이 잠재적 투기꾼이 되거나 투기 광풍의 피해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참여정부 들어 사정이 악화된 다른 분야로 교육을 꼽으며 "그동안 금기시됐던 교육 분야의 기본적 명제들을 재점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0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전체 회의에서 한국경제학회장 퇴임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부동산 문제는 참여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정책을 적용한 분야이지만 눌러도 다시 튀어나오는 도깨비 상자의 용수철처럼 우리 모두를 괴롭혀 왔다"며 "국민 대부분이 투기꾼이나 피해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시장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고 시장 논리를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 되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 대표적인 경제 문제"라며 "절박성을 강조한 나머지 시장 논리를 무시한 정책을 펴는 성급한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국민들이 안정적인 주거 환경 속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국민의 기본적인 삶이 안정되지 않는 한 경제 성장의 '엔진'을 재점화하는 것은 울고 있는 아이에게 100m 달리기를 시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총장은 또 "참여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은 또 다른 분야가 교육"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치원부터 고3 때까지 학생들은 주입식 공부에 내몰리고 있지만 대학이 평가하는 신입생들의 학력은 나날이 저하되고 있다는 게 그의 현실 인식이다.

한편 정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열린 경제학 석·박사들의 발표장에 직접 나와 예비 교수들에게 "경제학도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어려운 경제학을 쉽게 풀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