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가 한국 증시의 대표업종으로 통했던 정보기술(IT)주를 제치고 주도주로 떠올랐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업종 시가총액은 145조6500억원으로 142조8600억원을 기록한 IT업종을 2조8000억원가량 앞질렀다.

금융업 시총이 IT를 추월한 것은 1999년 7월20일 이후 7년 7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1980년대부터 국내 증시의 대표업종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던 IT주와 금융주 간 주도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주에 대한 외국인 보유 비중도 IT주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금융주의 외국인 비중은 47%로 최근 한 달 새 1%포인트 이상 불어났다.

이에 반해 IT주 외국인 비중은 지난달 15일 44.17% 이후 꾸준히 하락해 한 달여 만에 43%대로 내려앉았다.

◆1400선 회복의 일등공신

증권업계는 이번 금융업종의 시총 역전 드라마에 대해 '주도주 귀환'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외환위기 이후 존립 기반마저 흔들렸던 은행들의 경우 혹독한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다 증권·보험사들도 자본시장통합법 출범을 앞두고 영역 확대를 통한 경쟁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어 주도주 부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증시를 주도해온 삼성전자 등 IT 대표주들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오른 것은 금융주가 선전하면서 IT주의 공백을 채워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초 삼성전자 시총은 100조원을 넘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달했으나 최근 11%까지 축소됐다"며 "지수가 1350선에 머물러 있을 때와 비교해도 삼성전자 주가는 지금이 더 빠졌다"고 덧붙였다.

◆"은행·증권주 더 간다"

금융주의 주도주 역할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은행주와 증권주의 활약이 더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평가다. 은행주는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이익 대비는 물론 아시아 금융주들에 비해서도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3월 결산법인인 증권주는 대부분 높은 배당주로 추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IT주는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반도체 관련주들이 올 들어 제품 가격 약세로 고전하고 있는 데다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다른 IT 관련 업종들도 당분간 의미있는 개선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주류로 형성되고 있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에 대해 "경기 둔화 부담이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익 안정성을 바탕으로 저가 매력이 여전하다"며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이익 규모나 성장률이 높은 데다 최근 2년간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수준)도 박스권의 하단국면에 머물고 있어 추가 상승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임세찬 대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주에 대해 "배당주 중심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