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오수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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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이나 설화를 통해 여러 갈래로 전해지는 '오수의 개'는 고려시대 최자가 지은 '보한집(補閑集)'에 근거를 둔 실화다. 줄거리는 이렇다.
"김개인은 거령현(현 전북 임실군 자사면 염천리) 사람이다. 그는 이웃 동네 잔칫집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풀숲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마침 들불이 번져 주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개는 냇물로 내려가 온몸에 물을 묻혀 주위를 축축하게 적시었다. 사력을 다해 물가를 오가던 개는 지쳐 죽었다. 뒤늦게 깨어난 주인은 감동한 나머지,장사를 지내고 지팡이를 꽂아 표시했다. 이 지팡이가 자라났고 이 곳을 오수(獒樹)라고 불렀다." '오수'라는 말은 '충성스러운 개의 나무'라는 뜻이다.
오수의 개 얘기는 지금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지만,1911년에 간행된 보통학교의 '조선어 독본'에도 주인을 살리고 대신 죽은 의(義)로운 개로 소개됐었다.
며칠 전 오수의 개가 또다시 사람을 구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주인을 따라 보건소를 다녀오던 중,기력을 잃은 주인이 도로변 풀밭에 쓰러지자 마을을 향해 무려 여섯 시간을 짖어대며 사람을 부른 것이다. 주민들은 오수의 개가 다시 환생했다며 들떠있는 분위기다.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어서인지 개와 관련된 감동적인 사연들이 많다. 일본 도쿄의 시부야역 광장에는 '하치'의 동상이 서 있는데,1920년대 역전에서 동경제대 교수인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생명을 다한 개를 기린 것이다. 영국의 여류소설가 위다가 구전(口傳)을 정리한 '플란더스의 개'는,버림받은 자신을 데려다 키운 소년과 함께 생사를 같이 한 '파트라슈'의 눈물겨운 얘기다.
오수의 개는 행동에서 여느 나라의 개와 판이하게 다르다. 외국의 개가 소극적인 정절에 비유된다면,우리의 개는 적극적인 의로움을 보여준다. 이러한 오수개의 복원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연말이면 새 종(種)이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1000여년의 설화 속에서 걸어 나올 오수의 개가 기다려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김개인은 거령현(현 전북 임실군 자사면 염천리) 사람이다. 그는 이웃 동네 잔칫집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풀숲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마침 들불이 번져 주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개는 냇물로 내려가 온몸에 물을 묻혀 주위를 축축하게 적시었다. 사력을 다해 물가를 오가던 개는 지쳐 죽었다. 뒤늦게 깨어난 주인은 감동한 나머지,장사를 지내고 지팡이를 꽂아 표시했다. 이 지팡이가 자라났고 이 곳을 오수(獒樹)라고 불렀다." '오수'라는 말은 '충성스러운 개의 나무'라는 뜻이다.
오수의 개 얘기는 지금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지만,1911년에 간행된 보통학교의 '조선어 독본'에도 주인을 살리고 대신 죽은 의(義)로운 개로 소개됐었다.
며칠 전 오수의 개가 또다시 사람을 구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주인을 따라 보건소를 다녀오던 중,기력을 잃은 주인이 도로변 풀밭에 쓰러지자 마을을 향해 무려 여섯 시간을 짖어대며 사람을 부른 것이다. 주민들은 오수의 개가 다시 환생했다며 들떠있는 분위기다.
개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어서인지 개와 관련된 감동적인 사연들이 많다. 일본 도쿄의 시부야역 광장에는 '하치'의 동상이 서 있는데,1920년대 역전에서 동경제대 교수인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생명을 다한 개를 기린 것이다. 영국의 여류소설가 위다가 구전(口傳)을 정리한 '플란더스의 개'는,버림받은 자신을 데려다 키운 소년과 함께 생사를 같이 한 '파트라슈'의 눈물겨운 얘기다.
오수의 개는 행동에서 여느 나라의 개와 판이하게 다르다. 외국의 개가 소극적인 정절에 비유된다면,우리의 개는 적극적인 의로움을 보여준다. 이러한 오수개의 복원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연말이면 새 종(種)이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1000여년의 설화 속에서 걸어 나올 오수의 개가 기다려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