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트남산(産) 의류에 대한 반덤핑 규제 조치를 대폭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의류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베트남산 의류에 대해 '수입 모니터링'을 실시,미국 생산업체가 제소하지 않아도 상무부 직권으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

미국 상무부는 이를 근거로 오는 6월까지 바지 셔츠 속옷 수영복 스웨터 등을 대상으로 수입 모니터링을 실시한 뒤 7월부터 본격적인 반덤핑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새 미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섬유·의류 업체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조치는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을 계기로 '베트남산 의류가 미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미국 의회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미국 의류업체들은 베트남을 근거로 하는 우리와 달리 과테말라 온두라스 도미니카 등 남미지역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의류업체는 모두 300여곳.이 중 30~40개 대형 업체가 미국의 나이키 갭 리바이스 등으로부터 물량을 수주받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업체당 4000~5000명의 종업원을 둔 이들의 연간 미국 수출 물량은 15억달러에 달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현지 진출 업체들은 베트남이 WTO에 가입할 때만 해도 미국 수출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생산시설을 확충했지만 이제는 수출길이 막힐 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대부분 업체들이 신규 투자를 보류한 채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당수 미국 바이어들은 반덤핑 조치를 우려해 국내 기업들에 "생산시설을 베트남 인근 국가로 옮기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한국 의류업체들은 무역협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무역협회는 "이번 조치는 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한 데 이어 조만간 "인도 방글라데시 등을 덤핑 마진 산정시 가격비교 대상국으로 삼아 달라"는 의견도 전달할 계획이다.

덤핑 여부는 '베트남산 의류의 미국 판매가격을 베트남 현지 판매가보다 얼마나 싸게 팔았느냐'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베트남은 전기 등 공공료를 국가에서 보조하는 공산국가인 탓에 경제력이 비슷한 주변국을 가격비교 대상국으로 선정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이 주장하는 인도,방글라데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온두라스 등을 가격비교 대상국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