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지난 12일 개청 11주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중소기업 정책 혁신을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서울 여의도 산은캐피탈 빌딩 세종홀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는 '중소기업 수익률 제고 방안'이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토론자로는 이현재 중소기업청장,현정택 KDI 원장,이영섭 현대기아수탁기업협의회장,안윤정 여성경제인협회장,정철길 SK C&C 대표,윤현덕 중소기업학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사회는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이 맡았다.

토론자들은 "이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영업이익률을 보다 높여야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의 수익률 현황은 어떤지.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5년 현재 4.4%로 1998년 6%에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익률 격차가 심하다.

수익률 격차가 5.3%포인트로 세계에서 가장 심하다.

프랑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비슷하고,미국은 대기업이 1.3%포인트 정도 높다.

이에 비해 독일은 중소기업이 오히려 2.3%포인트 높다.

독일은 중소기업들이 고품질 제품 개발 노력을 통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특히 수탁협의회로 뭉쳐 있어 대기업이 함부로 부품업체에 대해 불공정 행위를 할 수 없다.

이제 한국도 독일 중소기업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할 때다.

독일의 경제단체는 크게 2개로 나뉜다.

산업협력위원회와 상공회의소다.

산업협력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해 수익을 균등하게 분배하도록 유도한다.

상공회의소는 사원의 능력 개발 및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한국도 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 요인을 제대로 파악해 대처해야 할 때가 왔다.

△이영섭 회장=현재 중소기업들은 원·부자재가격,인건비 등의 인상으로 인해 제조원가가 크게 올랐으나 과당 경쟁으로 판매 단가를 올리지 못해 영업이익률이 악화하고 있다.

더욱이 환율 하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손실을 그대로 입는다.

중소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고 독자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기술과 인력이 부족하다.

외국어를 잘하는 인력이 적어 해외 영업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대기업의 노사분규도 문제다.

대기업에서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협력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는다.

대기업들이 인건비를 올리면 중소기업도 울며 겨자 먹기로 어느 정도 따라가야 하는데 임금 인상률이 터무니없이 높다.

결국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품질과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어 적자를 낸다.

-적자를 면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현정택 KDI 원장=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상생이란 말보다는 기술개발 단계에서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제품 모델을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단계부터 협력하고 일부 R&D에 대한 기술 지원과 금융 지원도 해줘야 한다.

대기업 협력업체가 아닌 독립형 기업들에는 정부에서 R&D자금을 보다 많이 늘려줘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 정책이 벤처 창업 지원은 많지만 창업 이후 단계 지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지는 측면이 있다.

선진국의 경우 100개사가 벤처 창업을 하면 한두 개 살아남고 90% 이상은 인수·합병(M&A)된다.

우리도 원활한 M&A가 이뤄지려면 기술형 중소기업을 인수할 때 세제 지원을 해줘야 한다.

M&A는 보통 주식교환 방식으로 이뤄져 현금 수익이 없는데도 양도 차익을 물게 돼 있는데 이런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

벤처기업들도 어느 정도 기업이 커지고 마케팅 능력 등의 부족으로 성장에 한계가 오면 회사를 대기업에 넘기고 새로운 것을 찾아 시작하는 구조와 시스템이 마련돼야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이 청장=중기청은 중소기업 R&D 역량을 높이기 위해 올해 지원 자금을 1000억원 이상 늘렸다.

중소기업 정책이 창업에 편중돼 온 것은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업 승계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M&A가 사업 성공의 길이고 기업 성장의 전략으로 인식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M&A 주식 거래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

△윤현덕 학회장=중기청 정책이 중소기업의 수익률 제고로 방향을 잡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혁신과 관련한 내부 역량을 강화해야 수익성이 높아진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바라보고 혁신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혁신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

따라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R&D,자금,인력 수급 등 분야별로 정부가 실질적 제도를 많이 만들어 지원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분야를 묶어 경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훈련 지원을 늘려야 한다.

-여성 기업은 수익률이 일반 중소기업보다 더 낮은데.

△안윤정 여경협 회장=여성 기업들은 생존의 문제로 시작한다.

남편 사정으로 뒤를 잇거나 창업할 때도 역시 생존의 문제로 시작한다.

사전 시장조사나 마케팅 능력 없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대기업들과 판로 연계도 잘 안돼 수익률이 낮다.

여성 기업 지원도 창업 분야에 치중돼 있다.

여성 경제인 교육훈련 등에 대한 시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 공공구매액 중 여성 기업 비중은 2.9%로 여성 기업체 수가 전체 기업체 수의 35.9%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극히 부진한 실정이다.

미국처럼 정부 공공구매의 5% 이상에 대해 여성 기업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공공구매 입찰시 여성 기업에 주는 0.5점 가점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1점 이상 상향 조정돼야 한다.

-대기업이 협력해야 할 일은 없나.

△정철길 SK C&C 전무=독일 중소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 노력으로 대기업 못지 않은 파워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실제 정보기술(IT) 솔루션 분야에는 마진율이 15~20% 이상으로 대기업을 능가하는 협력사들이 많다.

그런 중소기업들은 특별한 솔루션과 기술을 갖고 있다.

R&D나 기술 역량은 겉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인력들의 역량이 바탕이다.

이런 것이 갖춰지면 대·중소기업 간 협력은 서로를 위해 잘 이뤄질 것이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에 대한 인식의 갭을 줄여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들은 진정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협력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SK는 현금 결제 등 재무적인 지원은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개발 단계부터 협력한다.

대기업이 모든 것을 개발할 수 없고 반드시 협력사들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