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으로 예정됐던 멜로영화 '매혹'이 최근 CJ엔터테인먼트로부터 투자를 거절당했다.

김주혁이 주연으로 내정된 영화 '방각본 살인사건'도 투자사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

영화업계 최고 파워 강우석 감독이 추진해 온 500억원 규모의 영상펀드 조성 작업도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일정을 넘기며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올 들어 영화 자본 시장에 찬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대형 투자배급사와 개인투자자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조직개편을 내세워 임직원을 대거 잘라내고 있다.

프라임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조직개편을 이유로 마케팅팀 10여명의 사표를 받았다. 시네마서비스도 이사 4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팀장체제로 전환했다.

유력 제작사들이 영화 2∼3편을 묶어 요구하는 '패키지 투자'는 엄두도 내기 어려워졌다.

영화 펀드들까지 개점 휴업을 선언했다.

CJ와 쇼박스 롯데 등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아직 상반기 배급작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비용절감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투자 분위기가 이처럼 급속히 냉각된 것은 지난해 영화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관객 수는 1억6385만명으로 2005년에 비해 12.6%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영화 개봉작 수는 108편으로 무려 30%(26편)나 늘어났다.

이 때문에 평균 손익분기점인 130만명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22편에 불과해 전체의 20%에도 못 미쳤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수익을 낸 한국영화가 전체의 30∼35%에 달했다.

영화사 관계자들은 올해 개봉작이 2년 전의 80여편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며 실제 새로 제작되는 작품은 지난해의 절반인 50∼60편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다가 올해로 밀린 작품이 20∼30편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상무 CJ엔터테인먼트 부장은 "작품만 괜찮다면 투자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올해에는 작품 선정의 커트라인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쇼박스 팀장도 "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지나친 규모의 VIP시사,과다한 비용의 제작보고회,효과가 적은 광고판 등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