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장에서 반도체주들이 상승 흐름을 보인 가운데 국내 IT주에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시장 분위기를 호전시키고 있다.

며칠간 숨고르기와 조정을 거친 코스피 지수는 14일 거침없이 올라 1430선을 단숨에 회복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시장을 주도하던 금융주들이 IT주를 제치고 다시 대장주로 등극하면서 향후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1월 중 이미 연중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하방경직성 강화..조정 가능성 희석

지난 13일 삼성전자의 주가가 56만원으로 내려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는 1418포인트로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주가 영향력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한편 외국인 매수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금융주들이 IT를 누르고 새로운 대장주로 올라섰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바뀌면서 지수의 지지선이 좀 더 견고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근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 지수의 흐름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주식시장이 당초 예상했던 2분기가 아니라 1월 중 이미 연중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분기 중 깊은 조정을 받아 1320선까지 밀려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 상황에선 상승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술적 조정을 약간 능가하는 정도의 조정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이 증권사 김세중 투자전략 팀장은 "2분기 조정의 근거였던 글로벌 긴축이나 콜금리 인상 우려 등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추가적인 조정 가능성이 옅어졌다"고 말했다.

▲ 1500선 돌파의 선봉장은?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이 추가 지수 상승에 최대 장애물로 부각되면서 몰락 아닌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시장을 강하게 이끌어왔던 이들 업종의 부진이 새삼 놀랄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업종의 부상이 지난 4년간 있어온 국내 증시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변화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삼성증권은 전기전자 업종이 거의 3년간, 자동차 업종은 1년 넘게 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하회했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두 업종의 주가 하락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심리적 의존도를 고려하면 이들의 부진이 시장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하지만, 두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2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나머지 75%까지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 증권사 오현석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1500선을 돌파하는데 선봉장이 될 대안으로 ▲밸류에이션 우위 업종 ▲실적 가시성과 성장성이 돋보이는 업종 ▲제품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는 업종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은행/화학 업종의 밸류에이션 우위가 시야에 들어오고, 조선/기계 업종은 실적 가시성과 성장성에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가지 테마내 대표 종목인 한화 현대제철 한솔제지 POSCO 동부화재 삼성중공업 성광벤드 두산인프라코어 우리금융지주 현진소재를 쇼핑목록 1순위 대상으로 꼽았다.

한편 오 연구원은 "전기전자와 자동차주도 2분기 중에는 최적의 매수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수 1500선 이상에서는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봄직 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