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철밥통 이미지가 짙던 '준 공무원'식의 조직운영에서 탈피,성과주의와 팀제를 근간으로 한 민간기업식 경영기법 도입이 줄을 잇고 있다.

각종 고객만족 프로그램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업 영역도 항만 및 리조트 건설,먹는 샘물 개발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먼저 팀제 도입을 통한 '신속 경영' 방식이 잇따라 채택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의 경우 2005년 지방공기업 중 처음으로 민간기업형 팀제를 도입,종전 전체 직원의 20.5%였던 관리자 비율을 15.3%로 줄였다.

팀제로 전환하면서 인력 증원없이 실무인력을 확충한 셈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업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19개팀을 13개팀으로 통합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팀제로 전환하면서 종전 5개 단계이던 결제라인을 3단계로 단축했다.

광주도시공사 수원시설관리공단 등도 팀장들에게 결재 권한의 80%를 넘겼다.

성과주의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본부장책임경영제 전임직원연봉제 등을 도입,성과에 따른 차등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도지방개발공사는 지난해부터 성과관리시스템(BSC) 운영에 들어가 간부급의 성과계약 평가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 대구시시설관리공단 홍성의료원 등 우량 지방공기업들 상당수가 조직 시스템을 성과주의로 전환했다.

이를 바탕으로 업체에 따라 적게는 연간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절감하고 있고 신규 수익원도 잇따라 발굴하고 있다.

실제 광주도시공사는 택지개발 자체 감리 등을 통해 2005년에만 60여억원을 절감했다.

고객만족을 위한 아이디어 경영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산도시공사의 경우 주부모니터링제,서울시농수산물공사는 시장도매인제,광주도시공사는 해피콜서비스 등을 실시,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기업 수는 공사·공단 100개,대구전시컨벤션센터 등 제3섹터 33개,상수도 등 지방직영기업 225개로 모두 358개사.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서 지방공기업 수는 2002년 285개에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지방공기업들의 자체 경영혁신에 힘입어 실적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방공사·공단 100개사의 경우 2003년 7333억원 적자에서 2005년엔 적자폭이 4336억원으로 줄었다.

많은 초기투자 때문에 적자를 내고있는 7개 지하철공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93개 지방공사·공단은 2005년에 오히려 1001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도 적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까지 부실 지방공기업 14개가 정리되고 6400여명이 감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철밥통' 마인드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공기업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자치단체장의 의한 일률적인 통제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방공기업 대표직은 자치단체장의 측근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공기업법을 개정,올해부터 '사장경영성과계약 및 사장업무성과평가제' 시행에 들어갔다.

지방공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해당 자치단체장과 사전에 약속한 경영목표를 달성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