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차세대 고교 경제교과서 모델'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교육부는 자신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 저작권자로 표기된 것은 잘못됐다는 이유를 들어 교육부를 저자에서 빼달라고 전경련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表面的)인 핑계일 뿐 일각의 지적대로 교육부가 노동계 등의 비난을 의식한 때문은 아닌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현행 경제교과서 내용 중에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것은 그동안 수도 없이 지적돼 왔던 바다. 더구나 차세대를 위한 교과서가 시장경제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 그 시정은 빠를수록 좋다. 기존 교과서가 담고 있는 반기업, 반시장적 편향성(偏向性)을 시정해 달라는 경제단체들의 요구를 교육부가 바로 수용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미적거리면 경제교육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교과서에 대한 노동계 등의 시각도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경제교과서 모델 작성의 기본 취지는 어디까지나 시장경제 체제의 본질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데 있다. 예컨대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극대화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회로 이익을 환원하는 것이 기업 본연의 일인 양 호도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번 교과서가 "자본편향적이다" "반(反)노동정서를 담고 있다"라고 노동계가 몰아가는 것은 모든 것을 계층 갈등적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정치적 이념 공세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기존 교과서가 경제현실과 동떨어진 채 이미 낡아빠진 이념적 잔재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제대로 된 경제교과서라면 왜 공산국가들이 시장경제 국가들에 패하고 말았는지를 확실히 가르쳐야 한다. 왜 나라마다 기업들을 유치하느라 서로 경쟁하는지, 부강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를 갈라놓는 핵심은 과연 무엇인지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경제교육 문제는 정부나 민간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당장 교과서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제 겨우 모델이 만들어졌을 뿐 앞으로 끊임없이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이를 가르칠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그러려면 우선 교육부부터 확고(確固)히 중심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