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졸 초임이 일본의 94.6%에 이르고,특히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일본보다 10.4%,금융·보험업은 34%나 높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놀라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높은 임금수준이다. 국민소득이 일본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에서 이 같은 비정상적 임금구조로 어떻게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憂慮)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 기업의 1997년 이후 8년간 임금상승률은 무려 92.1%로 경쟁국 가운데 최고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 일본은 겨우 1.7%,대만 17.6%,미국 22.9% 등에 그쳤다. 세계경제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경쟁국의 임금상승률은 미미했던 반면,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 낮은 성장세를 보여왔음에도 임금만 크게 오른 것이다.

물론 우리 기업의 임금부담 능력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그만큼 개선됐다면 문제 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생산성과는 무관하게 무리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일삼는 후진적 노동운동으로 인해 고율의 임금인상이 지속되어온 것이다.

그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다한 대졸초임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려 고용사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고임금을 부추기고 있다. 코스트 상승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기업들이 노동비용을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과 하청 근로자의 비중을 높이면서 이들의 근로조건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생산성을 훨씬 초과하는 고임금 구조가 우리 기업 경쟁력의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비정상적 고임금 구조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기업의 수익구조가 갈수록 취약해지면서 국가경제의 지속성장에도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과다한 대졸초임을 상당 기간 동결하는 등의 임금구조 개선을 위한 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당장 시급한 상황이다. 경직적인 임금구조의 유연성(柔軟性)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무엇보다 생산성 향상 범위 내에서의 임금인상이 이뤄지도록 합리적인 노사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