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배를 입에 문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장관 청문회 이후 끊은 것 같더니 최근 술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측근들은 "일이 잘 안 풀리니까 그러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 심정도 이해가 간다. 장관으로 오면서 계획했던 모든 게 헝클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지난 1년간 "사람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에 매달렸다. 국회에서 그 유명했던 독설은 사라지고,대신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공석이든,사석이든 정치판 얘기는 무조건 사절이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의료급여 등 3대 개혁과제에 목숨을 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장관 일이 어디 맘대로 되는 일인가. 그의 말대로 '죽어라고' 일했지만 막상 1년 농사의 결과는 보잘 것 없다.

연금개혁법은 마지막 고비에서 야당에 발목이 잡혀 국회 계류 중이고,건보 개혁은 이제 막 수술대에 올려 배를 갈라 놓은 상태일 뿐이다. 의료급여는 시간이 없어 수술 일정만 잡아 놓은 실정이다. 일은 일대로 안되고 주위와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동료 장관과도 언성을 높여 싸우는 처지가 됐고,시민단체들은 그에게 '소송'을 걸었다. 최근엔 의료단체들까지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고 있다.

유 장관이 2005년 말 대통령에게 복지부 장관으로 가겠다고 할 때만 해도 연금개혁을 어느 정도 매듭짓고 나면 당으로 돌아가 차기 대선을 준비할 계획이었겠지만,이제는 분당(分黨) 사태로 돌아갈 친정(열린우리당)도 마땅찮은 신세가 됐다.

그는 지난 8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런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출입기자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현재 선거 판도와 그의 처지,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두 시간여 동안 얘기를 했다. 물론 줄담배를 피우면서.

결론은 '복지부 장관을 오래오래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탈당하면 그도 떠밀려 장관직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생각해온 이상적인 정치와 행정이 현실과 너무도 다르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는 유시민 장관.그의 해법이 궁금하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