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수입대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옛 신호제지(현 EN페이퍼) 경영진에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조희대 부장판사)는 펄프수입대금을 지불했다가 리베이트로 돌려받은 돈을 해외에 은닉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김종훈 전 신호제지 대표에 대한 항소심에서 김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추징금 2억4700여만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법원은 또 김씨와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억원을 선고받은 회사 측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외에 도피시킨 돈을 4개월 후 회사 명의의 국내 은행 계좌로 들여와 회계처리를 해 이를 개인적 용도로 쓰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 회사는 김종훈에 대한 선임ㆍ관리에 관한 과실책임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어떠한 이익도 취한 바 없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2003년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78회에 걸쳐 펄프 공급업체인 미국 E사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2억4900만달러를 받았다. 김씨는 이를 회사명의로 개설된 미국의 계좌로 송금받아 이 돈을 은닉한 혐의로 2005년 12월 검찰에 의해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