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健鎬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지난달 뉴욕에서는 미국의 대기업 최고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과 일본의 '게이단렌'이 정례회의를 갖고 미·일 간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또 얼마 전에는 중국이 인도와 FTA 추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야흐로 세계시장을 두고 일본 중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무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우리 경제의 현실과 경쟁국들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이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우리나라도 세계 주요 교역국과의 FTA 체결을 서둘러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한·미 FTA 협상은 이제 8부 능선(稜線)을 지나 종착점을 앞두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한두 차례 협상에서 타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쇠고기 등 핵심 쟁점사항에 대한 입장차이가 남아있지만 양측 모두 금년 3월까지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이뤄낼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미국과 막바지 협상을 시작한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한·미 FTA에 대한 갑론을박(甲論乙駁)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비경제적 논리에 의거해 협상 자체를 비판하는 등 소모적 논쟁으로 협상을 흔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또한 협상이 성공적으로 체결된 후에도 이를 수용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한·미 FTA는 가지 않으면 안되는 길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더라도 개방과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자신들만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를 받게 된다는 생각에 한·미 FTA를 반대하며 이를 저지시키려는 시위까지 일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한·미 FTA는 단순히 미국시장에서 다른 대미(對美) 경쟁국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는 효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이뤄내야 하는 절대 과제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한·미 FTA가 우리 모두에게 힘든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협상은 상대가 있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다 반영할 수 없는 것이 협상의 본질이므로,협상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가져가고 어떤 협상전략으로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달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지킬 것은 지켜야 하겠지만 작은 것에 얽매여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다만 정부는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등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미 FTA 이후 우리의 대응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FTA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을 넘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와 통상운영체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의 육성뿐 아니라 교육 문화 기술개발 등을 포괄해 우리사회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제는 한·미 FTA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내적으로 가장 경계되는 점은 앞서 지적했 듯이 우리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다.

자칫 치유하기 힘든 대립적 국면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또한 훼손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대승적(大乘的) 국면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력이 취약해 피해가 발생하는 부문도 있겠지만 미래지향적이고 국민경제 전체 시각에서 우리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더 크고 많은 이익을 생각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최종 협상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며,이를 위해 우리 협상단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