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이 들떠 있다.

중국인들이 최대 명절로 친다는 춘절(春節·설)이 18일로 다가온 까닭이다.

공식 휴일은 춘절 주간 1주일이지만,대부분 2~3주일씩 쉰다.

베이징역 등은 손에 선물 보따리를 들고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연일 발디딜 틈이 없다.

이 기간 동안 움직이는 중국인 수가 연 21억5000여만명이나 된다니 중국 전체가 들썩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인들은 춘절이 별로 반갑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 사장들은 춘절이 두렵기까지 하단다.

설 쇠러 고향에 간 직원들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톈진에서 봉제업을 하는 김형술 사장은 "작년 춘절 때 고향에 갔다 돌아온 직원은 전체 39명 중 13명에 불과했다"며 올해는 직원들에게 꼭 돌아오라는 다짐과 함께 차비도 쥐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춘절 후 인력난이 걱정이다.

떠날 때 차비는 물론이고 고향갔다 제때 돌아오면 100~200위안의 상금까지 쥐어주는 것은 이미 너나없이 하고 있는 관행이다.

직원 중 10% 정도는 안 돌아오리라고 아예 단념하고 3월 생산계획을 축소하는 곳마저 있을 정도다.

고향에서 설을 쇠고 돌아오지 않는 직원이 많은 것은 한 가지 이유에서다.

중국 전역에서 고향으로 모여든 동네 이웃과 친척들이 모여 앉아 누구는 얼마를 받고,어디는 얼마를 주고 하는 고용정보를 서로 교환하기 때문이다.

셈에 밝은 중국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하고도 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그리로 떠나버린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낮은 임금에만 의지할 뿐 기술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임금을 올려주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이고 결국 '춘절 인력난'을 연례행사처럼 겪어야 한다.

춘절 인력난은 중국인의 특성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타성에 젖은 한국기업들이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