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의혹을 받아온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결국 사퇴한다. 그러나 명문 사학인 고려대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데다 교내 교수사회의 갈등 봉합도 쉽지 않아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환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은 15일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총장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거취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자진 사퇴를 결정했다"며 "오후 1시께 재단측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 총장이 지금의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결심한 것"이라며 "처장단 12명(안암 9명,서창 3명)도 일괄적으로 함께 사퇴한다"고 밝혔다. 또 "(이 총장이) 갑자기 심경을 바꾼 이유는 향후 사직서가 법인에서 수리된 후 직접 성명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지난 13~14일 교내 전임교수들을 대상으로 신임을 묻는 전자투표를 실시,저조한 투표율(39.2%)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이상의 신임표를 얻으면서 전날까지만 해도 총장직을 계속 수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번 사태는 교수와 학자로서의 이 총장 개인의 명예실추는 물론 고려대의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다. 교우회 관계자는 "학교와 교내 교수사회가 입은 상처는 '만신창이'라고 할 만큼 깊다"며 "학교 운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대외적인 모금에도 치명상을 입었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총장 후보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부족했던 점과 교내 교수들 간 '파벌' 갈등 양상이 극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재단측도 지난 9일 이사회 직후 "총장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총장 선출 방식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혀 이런 지적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됐다. 일부에서는 논문 표절이라는 학문적 논란에 비(非)고려대 출신이라는 이 총장의 배경도 한몫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총장(서울대 금속공학과 68학번)은 경성제국대학(서울대학교의 모태) 출신인 유진오 전 총장(2ㆍ3ㆍ4대)을 빼고는 1985년 이후 20여년간 이어져 온 고대의 총장 '순혈주의'를 깬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태는 향후 타 대학의 총장 후보자 검증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똑같은 이유로 취임 2주일도 안돼 사임한 이후 이 총장까지 논문 표절 문제로 총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학문윤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고려대 재단인 고려중앙학원 현승종 이사장은 이날 교내 인촌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총장이 표명한 "총장직 자진사퇴 의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이사장은 "다음 주 중 이사회를 개최해 그에 따른 조치와 향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