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표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기 임원 승진 인사는 한마디로 '국내외 판매 극대화'를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극심한 내수 침체와 환율 급락 등으로 야기된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영업과 마케팅,생산 전문가를 대거 승진시켰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 등 환율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생산과 판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지(경영전략회의)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영업통 최다 승진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영업 및 마케팅 분야의 승진자 비중이 34%로 가장 높았고 생산부문(27%)이 뒤를 이었다.

임원 승진자 가운데 61%가 영업·마케팅,생산 부문에서 나온 것.연구개발(R&D)분야 출신 비중은 13%로 예년보다 낮았다.

이는 현대차가 끈질긴 품질경영의 성과로 기술력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도요타 등 해외 선진 업체들의 노하우를 따라잡지 못해 브랜드 가치가 낮다는 문제점을 타개해 보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해외 근무자,이공계 우대

지난해에 이어 해외법인 근무자에 대한 우대 정책이 지속됐다.

해외 생산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글로벌 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장인 임흥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 승진자 중 10%가량인 13명이 미국 인도 중국 등 해외 근무 인력이었다.

기아차에서도 40명 중 5명(12.5%)이 해외 근무자였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19명의 임원 승진자 중 미국 중국 인도 체코 슬로바키아 벨기에 등 해외 파견 인력이 47.4%(9명)나 됐다.

해외영업 담당자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57.9%인 11명이 해외영업 인력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월2일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화두를 '글로벌 경영 안정화'로 제시했었다.

생산 및 기술을 중시해 이공계 출신의 승진 비율을 대폭 높인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승진자 가운데 이공계 출신 비율이 64%로 가장 높았다.

◆실적 보상도 두드러져

지난해 터키 철도청으로부터 전동차 96량을 1억4000만달러에 수주하는 등 해외 수주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로템의 이여성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제철의 영업통인 송윤순 전무와 최호현 유럽사무소장은 작년 현대제철의 실적 개선(매출 5조4812억원,영업이익 5917억원)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반면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낸 기아차는 부사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