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석호필 신드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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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필 신드롬'이 거세다.
석호필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청춘지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20∼30대에선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톱스타를 제치고 국내 젊은층이 가장 선호한다는 캐주얼 브랜드 빈폴의 모델 자리를 꿰찬 것만 봐도 석호필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석호필은 미국 폭스TV의 시리즈물인'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의 극중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의 한국식 이름.그러니까 스코필드 역을 맡은 웬트워스 밀러라는 배우에게 한국팬들이 붙여준 애칭인 셈이다.
석호필 신드롬이 일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달 전.국내의 한 케이블TV가 '프리즌 브레이크'를 내보낸 뒤부터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괜찮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아 보는 마니아들이 급증했다.
급기야 폭스TV에서 방송되기 무섭게 번역 자막까지 붙인 인터넷판이 뜨기에 이르렀다.
극의 큰 줄거리는 간단하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형을 구하기 위해 동생이 일부러 투옥된 뒤 형과 다른 죄수들을 탈출시킨다는 것이다.
개요만 들으면 전혀 특별할 게 없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천재 건축가가 탈옥을 위해 온몸에 감옥 설계도를 문신으로 새기고 들어간다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사형 집행을 늦추기 위해 배선 회로에 쥐를 집어 넣는 등 에피소드마다 온갖 아슬아슬한 장면이 이어져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든다.
드라마엔 또 할리우드가 꼭 잡고 놓치지 않는 요소인 가족애와 함께 부통령 동생 살해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이뤄지기 힘든 애달픈 사랑,거대 조직과 힘없는 개인의 대결,협상의 힘 등 일반의 관심을 끌 만한 온갖 요소들이 치밀하고 세심하게 버무려져 있다.
더러는 감옥 배경의 명작 '쇼생크 탈출'과 '더 록'을 합쳐놓은 듯하다는 평까지 내린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기와 석호필 신드롬은 국내 공중파TV가 민족주의에 호소한 사극과 아줌마들의 대리만족 드라마에 매달려 있는 동안 할리우드 군단들이 어떻게 대중문화 시장을 잠식,흡수하는지를 보여준다.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국경 없는 콘텐츠 전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다.
또 한가지,석호필 신드롬은 이땅 젊은 대중문화 수요자들이 국내 방송사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치열한 두뇌 싸움과 강건한 인간 의지,끈끈하고 질긴 가족애를 다룬 콘텐츠에 목말라 한다는 것을 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지금 이땅 젊은이들은 죄다 감옥에 갇힌 듯 답답할지 모른다.
하도 갑갑해 석호필처럼 완벽하게 기획하고 판단하며 책임지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누군가가 간절하게 그리운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모두들 석호필처럼 죽을 힘을 다해 살고자 한다면 길은 열릴 것이다.
내일 모레면 설이다.
음력으로 치면 다시 새해다.
살다 보면 잠시 쉬어야 할 때도 있고 신발끈을 다시 매고 두 주먹 불끈 쥐어야 할 때도 있다.
현실에 없는 석호필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석호필처럼 사력을 다해 도전하면서 운명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석호필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청춘지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20∼30대에선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톱스타를 제치고 국내 젊은층이 가장 선호한다는 캐주얼 브랜드 빈폴의 모델 자리를 꿰찬 것만 봐도 석호필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석호필은 미국 폭스TV의 시리즈물인'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의 극중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의 한국식 이름.그러니까 스코필드 역을 맡은 웬트워스 밀러라는 배우에게 한국팬들이 붙여준 애칭인 셈이다.
석호필 신드롬이 일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달 전.국내의 한 케이블TV가 '프리즌 브레이크'를 내보낸 뒤부터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괜찮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아 보는 마니아들이 급증했다.
급기야 폭스TV에서 방송되기 무섭게 번역 자막까지 붙인 인터넷판이 뜨기에 이르렀다.
극의 큰 줄거리는 간단하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은 형을 구하기 위해 동생이 일부러 투옥된 뒤 형과 다른 죄수들을 탈출시킨다는 것이다.
개요만 들으면 전혀 특별할 게 없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천재 건축가가 탈옥을 위해 온몸에 감옥 설계도를 문신으로 새기고 들어간다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사형 집행을 늦추기 위해 배선 회로에 쥐를 집어 넣는 등 에피소드마다 온갖 아슬아슬한 장면이 이어져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든다.
드라마엔 또 할리우드가 꼭 잡고 놓치지 않는 요소인 가족애와 함께 부통령 동생 살해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이뤄지기 힘든 애달픈 사랑,거대 조직과 힘없는 개인의 대결,협상의 힘 등 일반의 관심을 끌 만한 온갖 요소들이 치밀하고 세심하게 버무려져 있다.
더러는 감옥 배경의 명작 '쇼생크 탈출'과 '더 록'을 합쳐놓은 듯하다는 평까지 내린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인기와 석호필 신드롬은 국내 공중파TV가 민족주의에 호소한 사극과 아줌마들의 대리만족 드라마에 매달려 있는 동안 할리우드 군단들이 어떻게 대중문화 시장을 잠식,흡수하는지를 보여준다.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국경 없는 콘텐츠 전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다.
또 한가지,석호필 신드롬은 이땅 젊은 대중문화 수요자들이 국내 방송사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치열한 두뇌 싸움과 강건한 인간 의지,끈끈하고 질긴 가족애를 다룬 콘텐츠에 목말라 한다는 것을 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지금 이땅 젊은이들은 죄다 감옥에 갇힌 듯 답답할지 모른다.
하도 갑갑해 석호필처럼 완벽하게 기획하고 판단하며 책임지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누군가가 간절하게 그리운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모두들 석호필처럼 죽을 힘을 다해 살고자 한다면 길은 열릴 것이다.
내일 모레면 설이다.
음력으로 치면 다시 새해다.
살다 보면 잠시 쉬어야 할 때도 있고 신발끈을 다시 매고 두 주먹 불끈 쥐어야 할 때도 있다.
현실에 없는 석호필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석호필처럼 사력을 다해 도전하면서 운명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