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차례상 배달에 대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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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이틀 앞둔 16일 늦은 저녁. 경기도 고양시의 '다례원'이란 차례상 대행업체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야채와 고기를 꿰어 만든 꼬치전과 고기산적을 부치는 직원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식혜 나물 등 30여 종류의 차례상 음식들도 신속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명절날 아침 조상을 모시는 차례상은 자손들이 정성껏 준비하는 게 당연한 일. 하지만 세태가 변하고 있다. 이 업체가 설 전날까지 배달해야 하는 차례상만 300여상. 서울 동작구에 있는 '가례원'이란 업체도 이미 보름 전에 400상의 주문을 마감했다. 1박2일간 40여명의 직원들이 2교대로 밤을 새워가며 음식을 만든다. 주문처는 주로 아파트 대단지가 많은 서울 서초·강남권이나 상계동, 분당, 일산 등지다.
주목할 점은 차례상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시간에 쫓기는 20~30대 젊은 주부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평생 손수 차례상을 차려왔지만 이제는 벗어나고 싶은 40~60대 주부들이 주요 단골이란다. 이삼수 다례원 사장(49)은 "딸이나 며느리가 비용을 내기도 하지만 주문을 결정하는 대다수의 고객은 중·장년층 주부"라고 말한다.
차례상을 통째로 구입하는 데는 과일 생선 등 식자재 물가가 몇 년째 가파르게 오른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박정필씨(54·서울 도봉구)는 "딸이 매년 친정으로 (차례상을) 배달시켜 주는데 가격이 20만~22만원 정도여서 식재료비용 및 음식을 장만하는 시간과 인건비 등을 계산하면 차라리 남는 장사"라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중기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물가협회가 서울 인천 등 전국 7개 지역 18곳의 재래시장과 대형유통점 제수용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차례상 비용이 재래시장은 평균 15만5170원,대형마트는 18만858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신 차례상을 주문하는 주부들의 취향은 나름대로 까다로워졌다. 웰빙붐 탓에 나물 등 식재료는 국산인지 음식맛은 적당히 싱거운지, 화학조미료 사용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하러 오는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설은 흩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모여 음식과 정(情)을 나누는 때다. 평생 부엌에서 허리 펼 날이 없던 우리 어머니들이나 명절병에 시달리는 며느리들이 좀 더 여유로울 수 있다면 결코 차례상 배달도 탓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
명절날 아침 조상을 모시는 차례상은 자손들이 정성껏 준비하는 게 당연한 일. 하지만 세태가 변하고 있다. 이 업체가 설 전날까지 배달해야 하는 차례상만 300여상. 서울 동작구에 있는 '가례원'이란 업체도 이미 보름 전에 400상의 주문을 마감했다. 1박2일간 40여명의 직원들이 2교대로 밤을 새워가며 음식을 만든다. 주문처는 주로 아파트 대단지가 많은 서울 서초·강남권이나 상계동, 분당, 일산 등지다.
주목할 점은 차례상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시간에 쫓기는 20~30대 젊은 주부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평생 손수 차례상을 차려왔지만 이제는 벗어나고 싶은 40~60대 주부들이 주요 단골이란다. 이삼수 다례원 사장(49)은 "딸이나 며느리가 비용을 내기도 하지만 주문을 결정하는 대다수의 고객은 중·장년층 주부"라고 말한다.
차례상을 통째로 구입하는 데는 과일 생선 등 식자재 물가가 몇 년째 가파르게 오른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박정필씨(54·서울 도봉구)는 "딸이 매년 친정으로 (차례상을) 배달시켜 주는데 가격이 20만~22만원 정도여서 식재료비용 및 음식을 장만하는 시간과 인건비 등을 계산하면 차라리 남는 장사"라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중기청 산하 시장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물가협회가 서울 인천 등 전국 7개 지역 18곳의 재래시장과 대형유통점 제수용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차례상 비용이 재래시장은 평균 15만5170원,대형마트는 18만858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신 차례상을 주문하는 주부들의 취향은 나름대로 까다로워졌다. 웰빙붐 탓에 나물 등 식재료는 국산인지 음식맛은 적당히 싱거운지, 화학조미료 사용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하러 오는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설은 흩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모여 음식과 정(情)을 나누는 때다. 평생 부엌에서 허리 펼 날이 없던 우리 어머니들이나 명절병에 시달리는 며느리들이 좀 더 여유로울 수 있다면 결코 차례상 배달도 탓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