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 대한 푸념은 지방 어느 곳을 가든 쉽게 들을 수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주변 상가 등 서비스업체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매출이 급감한 중소기업들은 종업원들의 임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채 가동시간을 줄이고 있고 상인들은 명절 경기가 '실종'됐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영세 중소기업들 '개점휴업'

중소기업의 대표적 공단인 남동공단.휴대폰 부품과 금형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생산라인을 절반으로 줄였거나 주문이 있을 때만 공장을 돌리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매출이 격감한 기업들은 주로 종업원이 10~20여명의 영세기업들로 '개점 휴업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

플라스틱 사출업체인 A사의 K사장은 "지난해부터 사출 주문이 뚝 떨어져 회복 기미가 없다"며 "종전엔 공장 가동시간이 하루 10시간이었는데 요즘은 3~4시간으로 줄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경기가 좋다던 울산도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 여파와 석유화학·화섬업체들의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사들 가운데 자금력이 취약한 2,3차 협력업체들은 직원들에게 임금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저가 제품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기업들은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일부 화섬업계는 연초부터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방 제조업체의 생산은 지난해 4분기 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1~3분기 11~13%대 증가율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개발특수도 지역업체는 '소외'

인천은 송도국제도시,영종도개발 등 대규모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지역경제에는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대형공사여서 서울 등 타지역의 대기업과 중견 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모니터링 결과 대부분의 지역 건설업체들이 올해도 건설경기가 부진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L사장은 지난해까지 2억~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6~7명의 설계사를 고용했지만 올 들어서는 건축 설계 일거리가 거의 없어 1명만 남겨놓고 나머지 직원을 모두 내보냈다고 말했다.

◆소비심리 여전히 냉랭

설대목을 앞두고 활기를 띠어야 할 상가도 분위기가 침침하다.

광주 금남로 충장로 등 동구 구도심 상가들은 최근 불황의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문을 닫은 휴·폐업업소가 부쩍 늘었다.

광주 동구청에 따르면 음식점의 경우 2002년까지만해도 2760개였던 것이 올 1월에는 2040개로 줄었다.

빈 건물도 크게 늘고 있다.

한때 광주의 중심가였던 금남로에는 공실률이 10~20%대로 높아졌다.

동구 충장로 정원공인중개사무소 정원씨는 "거래가 아예 끊겨 매매나 임대가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충장로 금남로 상가는 3층 이상이나 지하는 한 번 임대가 빠져나가면 3~5년간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방 대형마트 매출은 신규출점 효과 등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13.8%나 뛰었지만 백화점 매출은 0.1% 증가(12월은 0.5% 감소)에 그쳤다.

대전=백창현·인천=김인완ㆍ대구=신경원ㆍ울산=하인식ㆍ광주=최성국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