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비료 회사인 동부한농이 반도체 수탁가공업체인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동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 회사는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기준 1 대 0.1022758의 비율로 동부한농이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합병회사의 이름은 ㈜동부로 정했으며 현재 그룹 내 컨설팅 등을 맡고 있는 기존 ㈜동부는 사명을 변경한다.

동부는 이 같은 사항을 3월29일 임시주총에서 최종 승인하며 새 합병법인은 5월1일부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은 언뜻 보면 별개 업종 간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회사의 현재 상황과 미래 전략을 살펴보면 합병의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

동부일렉은 지난해 31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년 계속되는 적자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CB(전환사채)도 발행했지만 여전히 가까스로 자본잠식을 면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하는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조만간 갚아야 할 부채(약 1조원)까지 감안하면 약 2조5000억원의 돈이 더 투입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동부건설 동부제강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로 이뤄진 주주 구성상 자금 조달이 어려워 결국 합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농약 비료 석유화학 등 확실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갖고 있는 동부한농이 그룹 계열사 가운데 합병 주체로 가장 적합했다는 얘기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동부일렉은 그동안 반도체 사업에서 상당한 경험도 쌓았고 반도체 파운드리(수탁가공업) 사업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라며 "합병을 통해 확실한 자금원이 생기면 장기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동부한농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수년간 1조원 초반대 매출에서 성장이 멈춰 있는 동부한농은 이번 합병을 통해 전자 재료,특히 반도체 재료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생명공학 사업과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핵심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