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이 완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자동차 업체가 실적 부진으로 동반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미국 빅3' 업체들이다.

GM과 포드에 이어 지난해에는 크라이슬러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14억75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998년 독일의 다임러벤츠에 합병된 이후 200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차량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127억4600만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계상의 문제로 실적 발표를 미루고 있는 GM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 업체들도 지난해에는 크게 고전하기는 마찬가지.'구조조정의 마술사'라 불리는 카를로스 곤 회장의 르노·닛산은 지난해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르노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순이익이 모두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매출은 0.8% 줄어든 415억2800만유로,영업이익은 19.7% 줄어든 10억6300만유로였다.

순이익도 28억6900만유로로 14.8%나 떨어졌다.

닛산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3월 결산법인인 닛산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영업이익이 5317억1000만엔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8%나 줄어들었다.

유럽 2위 자동차업체인 프랑스의 PSA(푸조·시트로앵)는 지난해 0.6%의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42.4%나 감소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한국 업체들도 지난해에는 승승장구 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6위인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8% 감소하고 기아자동차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이에 비해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1조2039억8700만엔의 순이익을 기록 중인 도요타는 오는 3월 2006 회계연도 결산 때까지 사상 최대인 1조5500억엔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혼다도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4161억엔의 순이익을 거뒀다.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일본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고유가 상황에서 엔저를 바탕으로 미국 소형차 시장을 집중 공략한 전략도 주효했다.

지난해 미국 소형차 시장의 규모는 전년 대비 60% 이상 성장했으며 이 중 일본 업체의 판매 비중이 60%를 넘었다.

반면 판매량의 80%가량이 중대형차였던 크라이슬러는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했다.

안정된 노사관계도 일본 업체들의 강점이다.

도요타 노조는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고작 1500엔(약 1만2000원)의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있다.

혼다 노조도 임금 인상 요구액이 1000엔(약 8000원)에 불과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엔저를 앞세운 일본차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도요타 등이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소형차 개발에서도 앞서가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