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음악다방이 많았다. 홀 한쪽 구석에는 유리로 칸막이 된 뮤직박스가 있었고,그 안에는 디스크자키가 앉아 손님의 신청곡을 틀어 주었다. 값비싼 오디오를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어서 젊은이들은 커피 한잔을 놓고서 가요와 팝송을 맘껏 들을 수 있었다. 감미로운 샹송을 들으면서 즐기던 데이트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때 그 시절의 음악다방이 다시 생겨나고 통기타 카페가 여기저기 들어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당시 출입하던 젊은이들이 어느덧 기성세대로 성장해 경제적인 여유를 찾자 '낭만시대'의 음악을 그리워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한 신인가수는 아예 LP판의 노래를 내놓았고,신세대 가수들은 흘러간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유행했던 노래를 엮은 팝뮤지컬이 40~50대의 관객을 끌어 모으고,극장가에는 30여년 전의 '로봇태권 V'가 등장해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중·장년층엔 그리움과 추억으로,젊은 세대엔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이런 7080세대의 감성을 두고 사회학자들은 '뉴올드(New Old)'문화라 부르고 있다. 말이 '올드'문화지,사실은 재구성과 해체라는 과정을 통해 '뉴'라는 새로운 문화상품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셈이다. 주위를 돌아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기성세대의 처지에서 보면,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하나의 문화적 모색이기도 해서 앞으로 라이프 스타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옛것을 놓고 새로운 시각에서 가치를 찾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또 고령화되는 사회일수록 젊은 활력을 요구하게 마련인데,세대를 뛰어넘는 뉴올드문화야말로 사회적인 나이의 갭을 메워주는 데는 그만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아날로그 시절의 '감성'이 디지털 시대의 '기술'과 어우러져 뉴올드문화의 에너지를 더욱 힘있게 품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