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차(輕車)시장 부문에서 34년째 1위를 달리고 있는 스즈키(SUZUKI)자동차의 성공 비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신호(2월19일자)에서 1958년 입사해 사장을 거쳐 무려 28년째 사령탑을 맡고 있는 스즈키 오사무(鈴木修) 회장(77)의 '喜怒哀樂(희로애락) 경영'이 경차시장을 평정한 스즈키자동차의 성공 비결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창업가인 스즈키 회장의 리더십으로 1978년 사장 취임 직후 3000억엔에 불과했던 매출이 3월 말로 끝나는 2006 회계연도에 3조엔 이상으로 늘 전망이다.


◆喜(희):영업점장을 기쁘게 하라


스즈키자동차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전국 4만여개의 자동차 정비공장과 중고차 판매점을 판매네트워크로 활용한다. 스즈키 회장은 이들 판매네트워크의 사장을 '왕'으로 떠받들다시피 한다. 1년에 한 번 정도 이들을 초청,감사의 모임을 갖는다. 주연은 당연히 판매를 대행해주는 정비공장 사장과 판매점 사장들이다. 이들이 주빈석을 차지한다. 스즈키 회장 등 회사 측 임직원은 행사장 귀퉁이에 자리잡는다. 스즈키 회장은 주요 판매점의 사장 얼굴은 물론 가족 상황까지 꿰뚫고 있을 정도로 판매점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怒(노):긴장하도록 꾸짖어라.


스즈키자동차는 1980년대에 연 평균 600억엔,1990년대에 800억엔씩 매출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최근 4년간 2500억엔씩 고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인도 등 해외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즈키 회장은 그러나 항상 사원들에게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잘 나갈 때가 오히려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경차를 생산하는 도요타 계열 다이하츠로부터 역전당할지 모른다며 고삐를 바싹 죄고 있다.

회장 스스로 출장갈 때 신칸센 중에서 가장 싼 '고다마' 자유석을 이용할 정도로 짠돌이 경영으로 유명하다.


◆哀(애):기술력 약세를 슬퍼하라.


스즈키 회장은 경차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연료전지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차세대 기술에서 도요타와 혼다에 뒤진 것을 늘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일찌감치 그런 분야의 기술개발을 시작,15년 전쯤 결과물을 얻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을 큰 실책으로 생각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 같은 아픔을 거울삼아 1300억엔에 달하는 연간 경상 이익을 R&D(연구개발) 투자에는 다 써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樂(낙):힘든 경영을 즐겨라


77세인 스즈키 회장은 요즘 "언제까지 경영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그의 대답은 "죽을 때까지"다. 경영자는 '난관'을 즐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그는 미래에 대한 투자는 성공 확률이 50%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좀 더 정확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해야 한다며 자신은 힘들어도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요즘 관심은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이후 차세대 시장 개척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을 다시 분석하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