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에는 '타이거는 신으로부터 최고의 실력을 얻었지만 필은 최고의 인기를 부여받았다'는 말이 있다.

'만년 2인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필 미켈슨(37·미국)이 미국골퍼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는 그의 가족애와 거침없는 경기방식 때문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거액을 받을 수 있는 대회에 불참하는가 하면 '쫀쫀하게' 플레이하지 않는다.

호쾌한 드라이버샷으로 과감하게 해저드를 질러치는가 하면 그린 주변에서 굴려치기보다 화려한 웨지샷을 구사하곤 한다.

잘 나가다가 어이없이 실수를 하며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의 이 같은 플레이 스타일 탓이다.

그러나 미국골퍼들은 너무 완벽한 우즈보다 적당하게 허점이 있는 미켈슨을 좋아한다.

미켈슨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리비에라CC(파71·7260야드)에서 열린 미 PGA투어 닛산오픈 4라운드에서도 자신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2주 연속 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미켈슨은 후반에 거푸 보기를 범하며 찰스 하웰3세(28·미국)에 연장을 허용했다.

1m짜리 짧은 파퍼트가 홀을 돌아나오는 등 경기 막판 승부의 여신이 미켈슨을 심하게 흔들었던 것.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첫 홀을 파세이브로 비긴 뒤 두 번째 홀인 10번홀(파4)에서 미켈슨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하웰3세가 티샷과 어프로치샷을 잇따라 미스한 상황에서 그는 3번 우드 티샷으로 공을 페어웨이에 떨군 뒤 32야드를 남겨뒀다.

그러나 웨지로 친 어프로치샷이 너무 짧아 버디를 놓치고 말았다.

세 번째홀인 14번홀(파3·176야드)에서 두 선수는 모두 그린을 놓쳤다.

미켈슨이 퍼터로 쳤으나 그린의 턱을 맞고 속도가 줄면서 볼이 홀 4m 앞에 멈췄다.

하웰3세는 웨지로 1.2m 오르막 파퍼팅을 만들었다.

재연장을 노린 미켈슨의 파 퍼팅은 홀을 지나갔고 우승컵은 하웰3세에게 넘어갔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갤러리는 미켈슨에게 우승자 못지 않은 박수를 보냈다.

2001년 신인왕인 하웰3세는 소니오픈과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비제이 싱(피지)과 우즈를 상대로 막판 접전을 벌이다가 2위에 그친 설움을 털어냈다.

2002년 미켈롭챔피언십 이후 5년 만의 우승이다.

앤서니 김(22·나이키골프)은 데일리베스트샷인 7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합계 8언더파 276타로 공동 9위를 기록,시즌 첫 '톱10'에 진입했다.

전날 9위였던 최경주(37·나이키골프)는 12∼15번홀에서 4개홀 연속 보기를 쏟아내는 난조 끝에 3오버파 74타를 쳐 합계 5언더파 279타로 공동 22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