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단독주택 등의 재건축 허용지역 발표를 부동산시장 안정 이후로 미룬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은평뉴타운발(發) 집값 급등 같은 부작용이 재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 일부 후보지역에서는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도 투기세력이 가세해 재건축 기대감을 부풀리면서 부동산값이 급등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예컨대 후보지역으로 신청한 강동구 고덕1동 단독주택지역에서는 67평짜리 대지지분 가격이 지난해 4분기 8억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뛰어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는 여지를 미리 봉쇄함으로써 서울지역 집값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요건 안되는 후보지도 많아

현재 서울시는 25개 구청이 신청한 2차 주택재건축 기본계획 후보지 310여곳에 대해 시정개발연구원의 서면 및 현지실사를 통해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그러나 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신청지역 가운데 상당수는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청들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주민 민원에 못이겨 무더기로 후보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초구 관계자는 "10개의 신청지역 중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곳은 2∼3곳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마포구 관계자도 "주민들의 민원이 거센 데다 어차피 서울시가 걸러줄 것으로 판단해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신청을 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현재 △노후불량 건축물이 3분의 2 이상이거나 △불량주택이 2분의 1 이상이면서 15년 이상 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에 대해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일선 구청의 이 같은 무분별한 신청은 재건축이 불가능한 지역의 집값까지 일시적으로 거품이 끼게 만들면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기본계획 발표시점 불투명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집값 안정을 위해 시정개발연구원의 법적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조사가 끝나더라도 주민공람 등 후속절차를 당분간 진행시키지 않을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조사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데다 집값도 아직 안정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기본계획 발표시점을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언제 2차 주택재건축 기본계획이 발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서울시는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발표를 연기한다고 했지만 집값이 언제 안정될지,또 집값이 어느 정도로 내려야 안정된 수준으로 볼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연말·연초에 쏟아낸 부동산대책과 관련한 국회 입법이 늦어지면 집값이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적어도 하반기는 돼야 기본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후보지역의 노후주택 가격이 당분간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