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살펴본 올해 설 민심의 화두는 단연 대통령 선거였다.

그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던 '경제를 살려달라'는 요청은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불평 속에서도 오히려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얘기해봤자 소용없다"는 체념이 강해졌고,대신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이번에는 제발 당내에서 싸우지 말라"고 입을 모았고,여당 지지자들은 "빨리 통합세력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이·박 분열이 최대 걱정거리"=한나라당에 대해선 당내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경기 안양 동안 을)은 "이번엔 꼭 정권을 바꿔야 하는데 당내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너무 심하게 싸우고 있어 당이 깨질까 걱정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재원 위원(경북 군위·의송·청송)은 "경제문제를 물어보면 '1년간 참을 테니까 빨리 정권을 바꾸라'고 재촉하더라"며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 중인 그는 최근 당내에서 불거진 검증 공방과 관련,"이 전 시장에게 흠이 많아서 (한나라당 후보로) 잘 되겠느냐는 걱정도 있지만 (검증론을 제기한)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좋은 얘기가 나오는 건 아니었다"며 "무조건 싸우지 말라는 주문에 내내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의원(부산 연제)도 "바깥보다는 내부 분란에 대해서 더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권 탈당놓고 '아전인수'=분열된 여권을 한시바삐 통합해 한나라당에 대항할 수 있는 힘과 비전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탈당파(통합신당추진모임)에 대한 평가에서는 의원들마다 전하는 민심이 달랐다.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경기 성남 수정)은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민심을 읽었다"며 "탈당파에 대해서는 제 살길만 찾아간 것이라고 비판하는 여론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영춘 의원(서울 광진 갑)은 "상황을 정리하고 빨리 대통합신당으로 가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다"고 했다.

반면 탈당파인 우제항 의원(경기 평택 갑)은 "탈당은 잘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한편으론 범여권의 진로를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다"며 "좀 더 많은 의원들이 탈당해서 탈당파가 세를 불리고 이를 토대로 다시 합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제는 최악=통합신당모임 전병헌 의원(서울 동작 갑)은 "어느 때보다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 우울한 명절이었다"며 "서민 경제가 역시 어렵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서민들이 먹고 살기 편하게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압도적이었다"며 "민생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정치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심 의원은 "어떤 분은 시장에서 십수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며 "예전과 달리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욕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민심이 매우 흉흉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최구식 의원(경남 진주 갑)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로마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북한이 달라는 대로 줘도 남는 장사"라고 말한 것과 관련,"이렇게 살기 힘든데 노 대통령이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김인식·노경목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