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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던 우리 기업들 사이에 요즘 디자인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같은 품질이지만 디자인만 바꿔도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런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혁신주도형 경제를 이끄는 핵심이다.

과거 영국 대처 수상의 말처럼 기업이든 국가든 'Design or Resign', 즉 디자인을 모르면 '사퇴'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미래의 주역은 누구일까.

경제의 뿌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즉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중소기업 역할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복 이후 60년 동안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하고 미래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이들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대기업을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동물에 비유한다면, 중소기업은 이들이 살 수 있는 토양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식물로 비유할 수 있다.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면 흔히들 식물은 동물보다 진화가 덜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임이 없고 해부학적으로 진화가 덜 되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덜 복잡하다는 것이 열등을 의미하는 것일까? 식물은 그 구조적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적응력으로 동물이 살지 못하는 곳에까지 분포하고 있다.

단순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강한 생명력을 보인다는 것은 식물이 오히려 동물보다 진화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진화론적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생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도전과 응전 속에 인류는 산다.

기필코 살아남겠다는 투지와 기술이 있으면 어떠한 외풍도 견딜 수 있다.

기업 하나가 쓰러지면 또 다른 기업이 그 뒤를 잇는 중소기업은 경제의 원동력이다.

중소기업이 없는 한국 경제는 생각할 수 없다.

중소기업은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틈새시장을 뚫고 세계로 나아가는 유망 중소기업들이 많아질수록 경제는 튼튼해진다.

해외에서 사례를 찾아보자. 이탈리아는 근로자 4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 기업 총매출의 7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소기업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1위를 점유하는 품목 수만 310여 가지에 이른다.

이렇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부단한 기술혁신과 제품개발로 세계 7위의 이탈리아 경제를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작지만 강한 기업이 즐비하다.

한때 중환자실까지 갔던 일본 경제는 6년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에서 원기를 얻어 설비투자, 내수로 선순환이 이뤄진다.

원동력은 제조업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키웠다.

이제는 과거처럼 재빠르진 않지만 누구보다 오래 달릴 수 있는 몸이 만들어졌다.

일본의 경제 격주간지 '경제계'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본 중소기업' 특집기사에서, 작지만 세계를 주름잡는 중소기업이 경제부활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살아남으려고 임금을 낮추고 고용조정을 하고 기술개발을 했다.

대기업 하도급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 만들 수 있는 제품에 주력했다.

그 결과 체질이 담금질한 쇠처럼 야물어졌다.

제조업에서 일상화한 장인정신은 서비스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좌표도 여기에 있다.

기초 체력이 약한 사람은 어떤 경기에서도 1등을 차지할 수 없는 것처럼 '경제4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强小'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디지털 경제의 승부수가 '디자인'에 달린 것처럼, 한국경제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을 주목해야 할 때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