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생활과학은 요즘 주력 제품인 한경희스팀청소기 관련 특허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팀청소기 업체를 운영하다 사업을 접었던 A씨가 자신의 실용신안이 도용되고 있다며 한경희생활과학에 해당 실용신안권 구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A씨는 코드 정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코드릴을 장착시킨 스팀청소기에 대해 2005년 12월 실용신안을 받았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이에 맞서 지난해 말 특허심판원에 자사의 스팀청소기 기술과 A씨의 실용신안은 다르다는 취지의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청소기 회사마다 각자의 코드릴 기술을 갖고 있다"며 "A씨가 현재 스팀청소기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단순히 특허수입을 얻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들이 '특허괴물'에 떨고 있다.

특허괴물은 특허 실용신안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로열티 수입만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 및 개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2001년 미국 변호사인 피터 데트킨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특허파파라치' 또는 '특허해적'이라고도 불린다.

특허괴물들은 그동안 분쟁 승소 시 거액의 특허료를 타낼 수 있는 대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중소기업도 최근 이들의 사정권에 들었다는 것.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심판원에 청구된 특허심판 건수는 9725건으로 전년(7142건) 대비 36.2%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특허 출원 증가율(1.1%)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특허업계는 이 가운데 중소기업 관련 심판을 70~80%가량으로 추정,특허심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허괴물들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손을 뻗치면서 이처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들은 특허 인력을 확충하는 등 최근 특허괴물에 대한 대비를 탄탄히 하고 있는 상황.하지만 주요 기술 및 아이디어 1~2개로 급성장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은 특허 공세에 큰 타격을 입기 쉬워 특허괴물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요 생산업체 B사는 최근 중소 가전업체 C사에 수천만원의 특허료를 지불했다.

전기요를 생산하고 있진 않지만 관련 특허를 수건 보유하고 있는 C사가 특허 침해를 이유로 B사와 홈쇼핑 회사에 수차례 경고장을 보냈기 때문.B사는 처음에는 해당 특허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제기해 대응키로 했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될 경우 제품을 철수시키겠다는 홈쇼핑측의 통보를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특허료를 줬다.

C사는 최근 또 다른 전기요 업체인 D사에도 경고장을 보내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특허 관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특허괴물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특허 분쟁에 휘말리면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분쟁 과정에서 큰 타격을 입는 까닭이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B사는 외국사와의 특허 분쟁으로 국내 추가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영 다솔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신제품 개발 이전에 다른 회사의 관련 특허 등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신규 특허 동향도 꾸준히 살펴 위험 요인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