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만국 언어지요. 과학기술 언어로 미국과 북한이 서로 대화한다면 막히는 분야없이 협력이 빨라 질 것입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발간하는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는 16~1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세계 과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AAAS 연차회의에서 처음으로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이라는 세션을 개설해 주목받았다. 미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학회인 AAAS 연차회의에서 북한의 과학기술이 공식적으로 다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세션을 주관한 노먼 뉴라이터 AAAS과학기술안보센터 소장(사진)은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에서 북한 과학기술을 다룬 것은 그만큼 미국인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과 북한이 농업기술,정보기술(IT),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농업기술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6자 회담의 성사도 두 나라 간 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입니다. 더욱이 미국과 북한 과학자들의 협력은 과학기술 이외의 다른 분야 협력으로도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뉴라이터 소장은 북한의 과학자 수는 현재 1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나 핵분야 등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북한의 과학기술 협력 역사가 10년이 넘었습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어 중단되기도 했지요. 단기간에 큰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힘들지라도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뉴라이터 소장은 콜린 파월 전 국무부장관 과학기술 고문으로 활약한 적이 있는 미국 과학기술 정책전문가이며 2003년부터 AAAS 과학기술안보 센터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세션에서는 스튜어트 토슨 미국 시라큐스대 교수가 '북한과 미국 컴퓨터 과학자들과의 교류',피터 하예스 미국 노틸러스연구소 연구원이 '북한과의 재생에너지 협력',박찬모 포항공대 총장이 '북한 정보화사회의 구현 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