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태아 사산(死産)시 500만원 지급''결혼식 취소시 500만원 지급''골프부킹 취소시 20만원 지급'.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면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끼워 팔고 있는 특약상품들이다.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의 시장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특약상품을 내놓은 결과 이 같은 특약상품이 무려 881개에 이른다고 20일 밝혔다.

금감원은 그러나 고객들이 특약에 가입하고도 이를 알지 못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험사 신뢰도 저하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분쟁유발하는 특약상품

보험금 지급기준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제한적인 특약이 적지 않다. '주말.휴일확대보상' 특약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주말 또는 휴일에 '운전 중' 사고로 인해 사망 또는 1급 후유장해(두 눈 실명,반신마비,양팔 또는 양다리 사용불가)를 입을 경우 보험금(1500만~2억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다른 특약상품은 운전 중 사고 뿐만 아니라 탑승 중의 사고도 보상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주말.휴일확대보상 특약은 운전 중 사고만 보상하고 있어 분쟁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로 상급병실(기본병실 6인실)을 이용함으로써 추가로 발생되는 병실료 차액을 지원하는 '병실료 차액지원 특약'도 분쟁소지가 다분하다. 금감원은 "동일한 위험을 보장하는 특약임에도 불구하고 일반형(2인실 이용시 지급)과 확대형 특약(1인실도 지급)에 따라 지급기준이 달라 가입자들의 혼란을 초래하는 특약이라고 지적했다.


◆실효성 없고 모럴해저드 유발

A사의 '태아사산 위로금 특약'은 2005년 이후 지금까지 339건(건당 보험료 2450원)이 판매됐지만 보험금 지급사례는 전무하다. 교통사고로 애완견이 죽을 경우 100만원을 지급하는 B사의 애완견담보특약도 2003년 9월부터 판매됐지만 지금껏 34건(건당보험료 100원)이 판매됐을 뿐이다. 보험금 지급사례도 없었다. 건당 1650원인 C사의 결혼비용담보특약도 2년 동안 115건 판매하는 데 그쳤으며 보험금 지급사례도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당수 특약 가입률이 극히 저조하고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조장하는 특약도 적지 않다. '자동차사고로 골프채 등이 파손시 사고당 500만원 한도로 최대 3회까지 지급하는 골프용품손해담보 특약'과 '광택 및 코팅비용을 50만원 한도로 지급하는 광택 및 코팅비용특약'이 대표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특약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고의로 손해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4월까지 특약 전면 재정비

금감원은 이달 중 손보협회에 자동차보험 특별약관 정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특약상품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 실효성이 없거나 불합리한 특약은 폐지 또는 통합하고 보험금 지급기준을 합리적으로 정비토록 지도키로 했다. 특히 특약가입 고객들이 실수로 보험금 청구를 누락하더라도 보험사가 자발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