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자동차업계가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회사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8% 줄고,기아차는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 자동차산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일본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쇠퇴일로의 미국·유럽 업계를 닮아가는 양상(樣相)을 보이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일본 자동차가 엔화약세에 힘입어 수출경쟁력을 높인 것이 고속 질주의 주된 배경임은 물론이다.

하지만 일본차가 시장지배력을 키워갈 수 있는 근본적인 원동력으로 임금상승을 억제하면서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전력할 수 있는 안정된 노사관계를 첫손 꼽지 않을 수 없다.

도요타 노조가 사상최대 실적에도 올해 월급여를 겨우 1500엔,혼다는 1000엔의 인상을 요구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급격한 원고(高) 충격으로 한국차의 해외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판국에 해마다 노조의 고율 임금인상 요구가 거듭되고 파업으로 날을 지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현대차의 '습관성 파업'은 말문마저 막힐 지경이다.

지난해 11차례의 파업도 모자라 새해 초부터 터무니없는 성과급 지급 요구를 내걸고 벌써 한 차례 파업을 벌였다.

이러고서도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이익을 내기를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점에서 현대차가 이미 몰락 과정에 있는 미국 GM, 포드 등의 잘못된 전철을 밟고 있다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진단은 주목할 만하다.

뉴스위크 최근호는 현대차의 부진은 결정적으로 강성 노조의 너무 잦은 파업으로 인한 것이라며,현대차 노조가 지난해 7만5000명이 일터를 잃은 디트로이트를 교훈 삼아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을 자제하지 않으면 결국 해고통지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자동차산업 근로자들이 삶의 터전까지 잃게 될 것이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이제 정말 정신차리고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 일변도의 과격 노동운동 중단과 함께,생산성 향상,원가절감,기술혁신으로 국제경쟁력 제고에 매진하지 않으면 결국 노사 모두 공멸(共滅)을 피할 수 없음을 자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추락이 그것을 증명해보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