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이 고향인 대우건설 홍보팀의 정형근 과장(39)은 지난 설에 고향길을 포기했다. 연휴가 3일로 짧아 교통 체증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한 탓이다. 서울에 사는 두 동생도 마찬가지여서 3형제 모두 고향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연휴기간 중 고속도로 통행이 원활했다는 뉴스를 듣고 "이럴줄 알았으면 고향에 갈 걸"이라며 아쉬워했다.


◆IT의 생활화와 교통망 확충이 효자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가 3일로 짧았음에도 주요 도시 간 고속도로 이동시간이 지난해 설에 비해 최대 1시간 단축됐다. 연휴기간 중 전국 교통량이 전년도에 비해 1.6%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도 할수 있다.

특히 귀성객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17일에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평소 주말보다 교통 흐름이 원활했다. 또 가장 많은 귀경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19일에도 평소 주말 수준의 지ㆍ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연휴 고속도로 소통이 원활한 데는 우선 IT의 생활화가 한몫 단단히 했다. 도로공사는 이동 중에도 교통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 휴대폰 내비게이션 도로변전광판 자동응답전화(ARS)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속도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IT에 밝은 30~40대가 이를 활용해 출발시간을 조정하거나 이동경로를 변경해 교통 흐름이 분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평소 주말에는 오후와 오전의 이동차량 비율이 7 대 3이지만 이번 연휴에는 5 대 5"라며 "교통 정보를 활용해 새벽이나 심야시간대에 움직이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고속도로 및 국도망 확충이 바탕이 됐다. 전국 고속도로 총연장은 3000km로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중부내륙 중부 중앙 서해안 등 세로축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경부고속도로의 부담이 줄었다. 실제 이번 연휴기간 중에도 경부선 교통량 분담률은 39.9%로 전년도(40.2%)에 비해 소폭 감소한 반면 중앙선의 분담률은 지난해 18.5%에서 올해 21%로 늘었다.

KTX의 등장으로 고속도로 대신 철도를 이용하는 귀성객도 늘었다. KTX 개통 전 설 연휴기간 열차 수송가능인원은 하루 37만명이었으나 이제는 47만명으로 27% 이상 증가했다.

이 밖에 △역귀성객과 해외 여행객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연휴기간 앞뒤로 하루이틀씩 휴가를 더 주는 중소기업도 증가하고 있으며 △교통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교통사고가 올해는 전년대비 24% 줄었다는 점도 체증 해소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귀성ㆍ귀경 전쟁 더이상 없나

한국도로공사는 20일 "앞으로 예년과 같은 귀성길 전쟁은 더이상 없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은 무엇보다 명절 교통 흐름이 연휴기간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추세적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IT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이 어려웠던 국도변에도 CCTV 차량검진기 등 교통정보 제공용 기기들이 설치되고 있어 교통 정보가 더 신속ㆍ정확하게 전달될 것이란 점도 자신감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물론 건교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건교부 종합교통기획팀의 임근열 사무관은 "교통정보 제공 채널이 다양해지고 이를 잘 활용하는 30~40대가 늘면서 명절 교통 흐름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꺼번에 교통량이 몰리면서 극심한 정체가 나타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와 대형사고도 변수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정성봉 책임연구원은 "짧은 연휴 기간 중에 눈 비 안개 등이 심하거나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큰 교통 체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